KDI ‘기업 1000곳 인식-실태조사’ “업무-인력 50% 대체에 20년 걸려”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앗아갈 것’이란 우려와 달리 AI를 도입한 기업 10곳 중 4곳은 오히려 사람을 더 뽑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AI가 사람의 업무를 50% 이상 대체하는 데 평균 2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4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AI에 대한 기업체 인식 및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종업원 20인 이상) 총 1000곳을 지난해 10월부터 약 1개월간 설문조사한 결과다.
AI를 도입한 기업 10곳 중 4곳은 “AI 도입 뒤 인력이 평균 6.8% 늘었다”고 답했다. 이는 AI가 사람을 대체할 것이란 예측을 뒤집은 결과다. KDI 관계자는 “AI를 도입해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고 매출이 늘어 오히려 인력이 더 필요한 다른 분야에서 채용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AI가 인력을 대체하더라도 대체 속도가 더딜 거라고 전망했다. ‘AI가 업무·인력을 대체할 것’이라고 답한 기업들은 AI가 업무·인력 50% 이상을 대체하는 데 평균 2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AI 기술이 미칠 영향이 가장 큰 분야는 의료·건강(31.4%), 교통(19.4%), 통신·미디어(15.3%), 물류·유통과 제조(각각 10.4%)의 순이었다.
기업들은 한국의 AI 기술 수준이 미국을 100점 만점으로 봤을 때 70점이라고 평가했다. AI를 도입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는 ‘기업 수요에 맞는 AI 기술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AI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의 대부분(89.0%)은 “향후에도 AI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AI를 도입한 기업들도 향후 추가 도입 의사를 묻는 질문에 38.9%만이 “도입하겠다”고 했다. KDI 관계자는 “기업들이 공급망, 제품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AI 기술 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남건우 기자 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