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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퇴임 1주 전 트럼프 탄핵, 오만한 권력자의 흉한 퇴장

입력 | 2021-01-15 00:00:00


미국 하원은 1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32명, 반대 197명으로 가결했다. 재작년 말에 이은 두 번째 탄핵안 가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4년 중 두 차례나 탄핵소추 당한 미국 역사상 첫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앞으로 상원 표결에서도 가결된다면 최종 탄핵을 당한 최초의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임기를 일주일도 안 남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은 비정상적 권력자를 결국 비정상적으로 퇴장시켜야 하는 미국 정치의 삭막한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아직 상원 3분의 2 찬성이라는 표결이 남아 있다. 그 표결은 퇴임 후에나 이뤄질 전망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임기를 마치게 된다. 하지만 그에게 붙은 오명은 크다. 극렬 지지 세력의 국회의사당 폭력 난입을 부추긴 내란선동의 범죄 혐의자라는 낙인은 쉽게 지우기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름답지 못한 퇴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며 지지자들의 반란까지 부추기는 선동적 포퓰리즘의 극단까지 간 결과다. 4년 임기 내내 분열과 선동의 정치로 미국을 두 동강 낸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치를 지탱해온 승복의 전통을 깼고, 끝내 폭도들이 민의의 전당까지 유린하도록 사실상 조장했다. 그 결과 20일 새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수도 워싱턴 곳곳에 군 병력이 배치되는 볼썽사나운 풍경까지 만들었다.

민주당 측은 탄핵과 별도로 내란 또는 반란 행위에 관여한 공직자의 미래 공직까지 금지한 수정헌법 14조의 적용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4년 뒤 대선 재출마를 원천 봉쇄해 정치적 재기를 막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도 퇴임 후 그의 입까지 틀어막을 수는 없을 것이고, 트럼프 지지층은 여전히 견고하다. 어두운 ‘트럼프 터널’에서 벗어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혼란을 이겨내고 상처를 치유하며 보다 건강하게 복원됐다. 미국은 이제 통합과 상생의 정치로 그 회복력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