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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朴·李 사면, 여론만 의식 말고 통합·포용 위해 결단하라

입력 | 2021-01-15 00:00:00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등 혐의에 대해 징역 20년, 벌금 180억 원이 확정됐다. 앞서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공천 개입으로 징역 2년이 확정돼 형기는 22년이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 기소돼 사실상 형을 산 지는 3년 9개월이 지났다. 가석방이나 사면이 되지 않고 형기를 다 채우면 2039년 87세에 출소가 가능하다.

확정판결은 어제 나왔지만 실제로는 2019년 8월 대법원이 상고심에서 파기환송한 뒤 지난해 7월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이 대법원 취지대로 징역 20년을 선고했을 때 나온 것이나 다름없다. 다만 어제 대법원의 재상고심 판결은 박 전 대통령을 ‘판결이 확정된 자’로 만들어 그를 사면이 가능한 법적 상태에 두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징역 17년, 벌금 130억 원으로 판결이 확정됐다. 그 역시 이미 1년 반가량의 수감생활을 했다. 어제 청와대는 “확정판결 직후 사면에 대한 언급은 부적절하다”고 했지만 앞으로는 더 이상 확정판결을 이유로 사면 언급을 회피할 수 없게 됐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년 초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거론한 후 나온 여론조사 찬반 결과는 조사에 따라 차이가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왔든 전직 대통령 사면은 여론조사를 봐가면서 할 일이 아니라 대통령이 통치권적 차원에서 결정할 일이다. 정당한 선거 절차를 거쳐 취임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국민통합을 향한 대통령의 의지에 달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큰 정치를 위해 임기 중 사면할 마음이 있다면 시기를 저울질한다는 인상을 주지 말고 가능한 한 신속하게 사면해야 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민주당 내 사면 반대론자들은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연해 보이는 그런 주장은 실은 사면의 정의(定義)에 반하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반대에 앞서 대통령의 사면권 자체에 대한 반대다.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5대 사면 배제 대상에 뇌물죄가 있다고 하나 뇌물죄나 다름없는 2억 원대 사후매수죄로 수감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을 사면한 사실을 보면 억지스럽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에 사과와 반성이라는 전제를 다는 것도 구차하다. 전직 대통령은 수감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정치적 굴욕을 겪었다. 다만 사면이 되면 인정할 수 있는 죄를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