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벨이 그런 예측을 왜 공개했는지는 의문이다. 당시 김정일 사망에 따른 급변사태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것을 감안하면 주변국에 경고음을 울리기 위한 의도였을 수 있다. 캠벨은 김정일 사망 후 한국 일본 중국과 연쇄 회동했고, 아버지를 잃은 김정은에겐 대화를 촉구하며 북한 상황의 관리에 나섰다. 이런 대북통 캠벨이 조 바이든 새 행정부의 ‘아시아 차르’로 합류한다.
▷차르(Tsar)는 원래 러시아 황제를 가리키는 말이다. 미국 관가에선 공식 직함은 아니고, 정책을 조율하는 백악관 특별고문이나 조정관을 이렇게 부른다. 바이든 당선인은 중요 사안에 차르를 임명했다. ‘기후 차르’ ‘코로나19 차르’에 이어 ‘아시아 차르’ 신설은 북한을 비롯한 아시아 정책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이 주로 중동과 유럽 전문가로 채워졌고, 그나마 대북통인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내정자도 멀리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대북정책조정관을 맡았기 때문에 현안엔 낯설다는 우려도 있었다. 김정일-김정은 정권교체기(2009∼2013년)에 북한을 상대한 캠벨의 귀환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캠벨의 등장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기대감도 나온다. 과거 북핵 6자회담을 하면서도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캠벨이다. 하지만 그는 오바마 행정부 때 중국 견제를 위한 아시아 집중 전략인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를 설계했으며 이번에도 대중 견제에 집중할 것 같다. 그는 취임 전 기고를 통해 중국 견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 동맹들의 ‘맞춤형 연합체’도 꺼냈다. 미중 간 선택의 압박에 놓인 한국에 구체적인 차르의 압박이 밀려오는 것은 시간문제일지 모른다. 그를 마냥 반길 수 없는 이유다.
황인찬 논설위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