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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칼럼]국민의 신뢰와 희망에 못미치는 야당

입력 | 2021-01-15 03:00:00

한계 이른 민주당 기득권 계승에만 관심
정의와 공정 대신 무질서와 혼란만 가속
야당과 국민이 인간애 회복 위한 혁신 펼쳐야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과거 어느 때보다도 지금처럼 국민의 관심과 기대가 야당에 집중된 시기는 없었던 것 같다. 물론 더불어민주당의 실정과 반민주적 파국에 대한 반사작용이 남겨준 영향도 컸다. 그러나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한 희망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민주정치의 이상적인 건설을 위해서는 균형 잡힌 양당제도가 확립돼야 한다. 그런데 현 정권은 러시아, 중국에서나 볼 수 있는 단일정당을 꿈꾸고 있다. 기득정권의 계승과 영속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그 체제를 정당화시키려는 의도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런 병폐를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생각 있는 국민들은 야당의 필연적 존립을 염원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지난해 말에 국민의힘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과오와 국민들에게 끼친 잘못을 인정, 사죄했다. 잘한 일이다. 자신의 잘못을 모르거나 덮어버리는 민주당보다 차원 높은 국민의 공감을 얻었기를 바란다. 2차 세계대전 후 서독의 자기반성과 속죄 행보가 유럽과 세계 역사를 바로잡는 희망의 메시지가 되었다. 그러나 야당 일부에서는 아직도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소한 친박·비박과 같은 철없는 계파의식은 불식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한 정치인으로서의 자아와 윤리의식은 갖춘 사람이라야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다.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인물난을 얘기하기도 하며, 대선을 향한 지도자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걱정한다. 그래도 국민들은 민주당의 운동권 출신보다는 더 많은 인재를 갖고 있다고 본다. 사회 각계 지도층 인사들이 야당 편임을 가벼이 보아서는 안 된다.

야당 대표로 있던 박순천 때의 일이 생각난다. 여성 지도자가 대선에 출마하기에는 아직 때가 이르고, 당내에는 적절한 후보자가 없었다. 박순천을 위시한 지도층 인사들이 당 외부 재야인사들 중에서 대표자를 영입하기로 했다. 백낙준 이범석 유진오가 지명됐다. 모두에게 장단점은 있었으나 면담 절차와 당의 여론을 모아 유진오가 당 대표직을 맡게 되었다. 문제는 지도자가 없는 것이 아니다. 지도자를 중심으로 함께 일할 지도층이 형성되지 못한 데 있다. 민주당의 중심은 이념을 같이하는 집단으로 채워졌다. 야당의 지도층은 사회 각계의 전문가와 유능한 인사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경제·교육·문화계의 후원이 필요하다. 정권욕에 빠져 있거나 좌파 이념의 추종자가 아닌 애국심과 지도자로서의 인격을 갖춘 지성층의 동참이 중요하다.

그러면 새해를 맞이하는 현 시점에서 국민 전체가 찾아 지켜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버릴 것은 무엇이며 회복하거나 창출해 나갈 방향과 과정은 어떤 것인가. 어렵고 힘든 책임과 의무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희망을 개척해 가는 길과 과제는 언제나 현재의 선택으로 주어져 있다.

모든 사회과학적 해답은 이미 주어져 있다. ‘사실을 사실대로 보아 진실을 찾고, 그 진실에 입각해 가치판단을 내리는 일’이다. 가치판단의 방법은 강요나 투쟁이 아닌 대화여야 한다. 그 배후에는 세 가지 정신적 가치가 필요하다. 진실과 정의 그리고 인간 목적의 관점이다. 인간애의 정신이다. 우리가 문재인 정권을 거부한 것은 그 어느 것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담화나 성명에서도 진실은 없었다. 취임사의 약속과 4년이 지난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정의와 공정을 되풀이했으나 약속과 평가는 언제나 일치하지 못했다. ‘내로남불’의 부끄러운 개념이 사전에 남게 되었다. 국민들은 사랑이 있는 보호와 행정의 혜택은 느껴보지 못했다. 출발부터 적폐청산을 계속하면 그에 따르는 국민들의 상처는 누가 보상하는가. 정치활동은 정치와 경제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현 정부에서 사회도덕의 무질서와 혼란은 조금도 개선되지 못했다. 최소한 공직자와 지도층 인사들의 음주운전이나 갑을 간 폭행 정도는 감소되거나 사라져야 했다. 윗물이 흐리면 아랫물이 맑아질 수 없다.

목적의 정치는 수없이 되풀이되었다. 그런데 인간애를 위한 진실과 정의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앞선 정부들이 대한민국 출발부터 군사정권 말기까지 권력사회를 극복하고 법치국가의 기틀과 기강을 세웠다면 그 목표가 되는 선과 인간애를 위한 질서 사회로의 길을 택했어야 한다. 입법과 사법권까지 권력의 수단으로 삼는 현 정치나 사회규범을 더 이상 허용해서는 안 된다.

이런 애국적인 목표는 여야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이면서 사명이다. 민주당으로는 한계선에 달했기 때문에 야당과 국민의 통합된 창조적 혁신을 기대하는 것이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