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성과’ 1년간 쏟아낸 과학계
영국 옥스퍼드대 제너연구소 실험실에서 연구원이 아스트라제네카와 공동으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옥스퍼드대 제공
지난해 1월 5일 장융전 중국 푸단대 교수는 중국 허베이성 우한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하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성 폐렴이 이전 코로나바이러스와는 전혀 다른 변종 바이러스라는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 엿새 뒤 에드워드 홈스 호주 시드니대 교수는 장 교수를 설득해 이 바이러스의 유전체(게놈)를 전 세계 과학자들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인터넷에 공개했다. 중국 정부가 2019년 12월 31일 세계보건기구(WHO)에 이 감염병을 처음 보고한 지 불과 11일 만이다.
이는 과학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반격하는 속도전의 시발점이 됐다. 미국의 제약사 모더나와 화이자의 연구원들은 곧바로 게놈을 내려받아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전령RNA(mRNA) 방식의 백신 시제품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는 발병 보고 1년이 조금 지난 이달 14일까지 9200만 명이 넘는 감염자와 200만 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냈다.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과학자들은 이달 14일 미 국립의학도서관 집계 기준 9만2000여 건의 논문을 발표하며 맞섰다. 영국 BBC는 “게놈 공개 직후 과학자들은 12개월간 맹렬한 노력을 이어 왔다”며 지난 1년간 코로나19에 대해 과학이 밝혀 온 것들을 이달 11일 소개했다.
과학자들은 코로나19의 공기 전파, 무증상 전파, 잠복기 등을 하나하나 밝혀냈다.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연구팀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에어로졸에서 3시간 동안 전염성을 유지한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3월 17일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발표했다. 그러나 WHO는 지난해 7월까지도 공기 전파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무증상 감염은 일본에 정박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집단감염 분석에서 확인됐다. 8월에는 홍콩대 연구팀이 처음으로 재감염 환자의 사례를 공개하며 면역력의 지속 여부가 중요한 문제가 됐다.
코로나19도 점차 실체를 드러냈다. 지난해 2월 11일에는 우한 병원의 코로나19 환자 흉부 엑스레이에서 환자의 폐가 부옇게 변한 것을 보인 첫 증상 보고서가 ‘랜싯’에 발표됐다. 2월 17일과 24일 미국의학회지(JAMA)에는 남성과 고령층, 기저질환자가 코로나19로 사망할 확률이 높다는 중국의 임상 결과가 보고됐다. 과학자들은 지난해 4월 이미 코로나19가 폐뿐 아니라 심장, 혈관, 신장, 뇌까지 공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백신의 반격도 착착 준비됐다. 지난해 3월 16일 미국의 모더나와 중국 캔시노는 백신 임상 시작을 알렸다. 바이러스의 게놈이 공개된 뒤 두 달 만이다. 2002년 사스가 발생했을 때는 백신 임상까지 20개월이 걸렸다. 중국 시노백은 지난해 4월 19일 백신이 영장류를 보호했다며 백신 효능을 처음 공개했다. 화이자 백신이 지난해 12월 8일 처음 영국에서 접종을 시작하면서 인류는 마침내 스스로를 보호할 무기를 갖게 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달 14일까지 65개 백신이 임상 중이고 최소 85개 백신이 효능을 검증하고 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