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 뉴스1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이었던 이규원 검사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에 이틀 뒤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김 전 차관을 수사의뢰할 예정이라고 기재한 사실이 15일 밝혀졌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공익신고서 등에 따르면 이 검사는 2019년 3월 23일 오전 0시 8분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요청서를 발송했다. 이 요청서에는 이미 무혐의 처분이 난 ‘서울중앙지검 2013년 형제65889호’를 사건번호로, 사유란에는 “법무부 과거사위원회는 2019년 3월 25일경 대검찰청에 뇌물수수 등 관련 수사의뢰 할 예정”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당시 이 검사는 수사 의뢰를 결정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이 검사가 속한 진상조사단은 법무부 과거사위가 지정한 사건을 조사하는 하위 집행기관 성격의 기구였다. 진상조사단은 조사 결과를 과거사위에 보고하고, 수사 의뢰 여부는 외부인사 등으로 구성된 과거사위 전체 회의에서 결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검사는 같은 해 3월 23일 오전 3시 8분 접수한 출국금지 승인요청서에도 존재하지 않던 ‘서울동부지검 내사1호’ 사건번호를 허위로 기입하고, 사유는 승인 요청 때와 같은 ‘과거사위의 수사의뢰 예정’ 문구를 적어 넣었다.
수사의뢰 의결이 사전에 결정돼 있지 않았다는 정황은 이 검사가 대검 기획조정부에서 진상조사단 담당 업무를 한 A 검사와 나눈 메신저 대화내용에도 그대로 나와 있다. 출금 요청서를 보내기 전인 3월 20일 출금 필요성 등을 언급한 이 검사에게 A 검사는 메신저를 통해 “조사단 진상조사 결과는 위원회에도 보고 되지 않은 상태(위원회 심의 결과나 권고도 없음), 장자연 사건처럼 일부 내용에 대한 수사권고도 없음”이라고 했다. 과거사위에 수사의뢰를 위한 사전 보고 등 절차가 이뤄지지 않아 출금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의견을 낸 것이다. 과거사위는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금이 된 직후인 3월 25일 전체회의를 열어 김 전 차관에 대한 수사 의뢰를 의결했다.
당시 진상조사단에 참여한 한 법조인은 “과거사위원 중에 김 전 차관 사건을 담당한 주무위원에게 25일 안건으로 올리겠다고 미리 보고했고, 조사단 내부에서는 그날 의결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주무위원은 김용민 변호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였다. 김 의원은 2019년 4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긴급하게 출국 금지 요청을 법무부에 보냈다. 이게 가능했던 게 20일에 저희는 진행을 하려고 했기 때문에 초안을 만들어 놨다”고 밝혔다. 검찰 내부에선 이 검사가 허위 내용이 기재된 출금 요청서를 혼자 작성했을 가능성이 적다는 점에서 법무부와 대검 등 윗선 개입 여부가 수사 과정을 통해 밝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금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는 공익신고서 등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하고 있다. 기록 분석이 끝나는 대로 수사팀은 진상조사단 등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설 예정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