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실물경제 괴리 큰데다 가계대출 1년새 100조 늘어 ‘위험’ 기관 3100 돌파후 10조 매도…개인 “막차 탄 거 아니냐” 불안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주식시장 단기 급등과 ‘빚투’(빚내서 투자)를 다시 경고한 것은 실물경기와의 괴리가 너무 큰 데다 가계대출이 1년 새 100조 원 넘게 불어날 정도로 증가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이날도 빚투에 기댄 ‘동학개미’들이 2조 원 넘게 순매수에 나섰으나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 공세를 버텨내지 못하고 코스피 3,100 선이 무너졌다.
이날 코스피는 64.03포인트(2.03%) 하락한 3,085.90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1.2% 이상 오르기도 했지만 오후 들어 하락 폭을 키워 하루 코스피 변동 폭이 104포인트나 됐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날 2조1100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하지만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1조4100억 원, 7500억 원을 매도하며 급락세를 이끌었다.
기관은 코스피가 사상 처음 3,100대를 돌파한 8일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팔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순매도액이 9조8300억 원에 이른다. 개인이 11일부터 줄곧 순매수한 금액(9조8000억 원)을 고스란히 기관이 팔아치운 셈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관들이 한국 증시에 대한 재평가를 감안하더라도 현재 국면은 단기 과열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차익을 실현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삼성전자(―1.90%), SK하이닉스(―2.30%), LG화학(―3.07%), 현대자동차(―4.19%), 네이버(―3.77%)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줄줄이 내렸다.
이 총재는 “최근 코스피 급등을 버블(거품)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최근 주가 상승 속도가 과거보다 대단히 빠르다”고 경고했다. 기관의 ‘팔자’ 행보가 당분간 계속되면서 증시 상승장에 제동을 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연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이 목표치를 채운 데다 주식형 펀드의 환매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개미들 사이에선 “막차 탄 거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대출받아 주식에 투자하는 금액인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14일 현재 21조2826억 원으로 올 들어서만 2조 원 넘게 늘었다. 가파른 증가 속도에 삼성증권은 13일부터 신규 신용융자 대출을 중단했고, 대신증권도 자기자본 대비 100% 한도를 소진해 18일부터 대출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신용융자 대출이 무서운 건 ‘반대매매’ 때문이다. 반대매매는 개인투자자가 외상으로 사들인 주식 결제대금을 갚지 못하면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처분하는 것이다. 주가가 하락하면 증권사들의 반대매매가 급증하면서 개미들의 ‘깡통 계좌’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희창 ramblas@donga.com·신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