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신형 SLBM 공개]탐지 어려운 바닷속서 기습 공격…김정은 ‘최종 핵병기’ 전력화 박차 “美 협상 거부땐 도발” 무력시위…열병식 단골 ICBM은 등장 안해
북한이 14일 밤 8차 노동당대회 기념행사로 진행한 열병식에서 공개한 ‘북극성-5형’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지난해 10월 당 창건 야간 열병식에서 실체를 처음 드러낸 ‘북극성-4형’보다 탄두부와 직경이 커진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군 관계자는 “탄두부 공간이 늘어난 만큼 탄두 중량을 더 늘릴 수 있고, 그에 맞춰 미사일 덩치도 키운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 무거운 탄두를 싣고서도 같은 사거리를 날아가거나 더 멀리 비행할 수 있도록 개량했다는 것이다. 여러 발의 핵을 싣고 최대한 멀리 날아가는 ‘다탄두 SLBM’ 개발에 주력하고 있음을 입증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북한이 2019년에 시험 발사에 성공한 ‘북극성-3형’을 비롯해 북극성-4·5형은 모두 다탄두 탑재형으로 추정되는 탄두부를 갖고 있다. 특히 북극성-3형의 탄두부는 중국의 다탄두 SLBM인 ‘쥐랑(JL)-2’와 외양이 매우 흡사하다. 여러 발의 소형핵을 장착한 다탄두 SLBM은 수중에서 기습 발사돼 복수의 표적에 동시다발적인 핵타격을 가할 수 있다. 쥐랑-2에는 최소 20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파괴력) 이상의 핵탄두가 8개까지 들어간다. 한 발로 적의 주요 도시와 군 지휘부를 핵으로 초토화시키는 무시무시한 위력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SLBM 발사의 핵심 기술을 거의 완성한 상태다. 통상 잠수함에 실린 SLBM은 수중에서 ‘콜드론치’(냉발사체계·발사관에서 공기 압력으로 밖으로 밀어내는 방식)로 발사된 뒤 수면 밖에서 공중 점화와 초기 상승 후 자세제어를 거쳐 목표를 향해 날아간다.
이미 북한은 2016년 북극성과 2019년 북극성-3형의 시험 발사에 성공해 그 기술력을 입증한 바 있다. 그 다음 단계로 탄두 중량과 사거리를 키운 SLBM 고도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걸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다탄두 SLBM을 잠수함에 다량 장착해 배치하면 한미 재래식 전력에 대한 질적 열세를 일거에 뒤집는 동시에 미국의 핵우산 등 대한(對韓) 확장억제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게 북한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북극성-5형은 김 위원장이 당 대회에서 개발 사실을 처음 공개한 전략핵추진잠수함(SSBN)의 ‘교두보’로 건조 중인 신형잠수함 2종(3000t, 4000∼5000t)에 북극성-4형과 함께 장착될 것으로 보인다. 신형잠수함에 먼저 실어서 충분한 실전 운용을 거친 뒤 핵잠수함이 개발되는 즉시 전력화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는 것.
20일 출범하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향해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레드라인’을 돌파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의미도 크다. 핵군축협상 등 북한의 요구를 미국이 거부한다면 향후 사거리 5000km가 넘는 중장거리급 다탄두 SLBM으로 괌과 하와이, 미 본토에 대한 기습 핵타격력을 극대화할 것이라는 ‘무력시위’라는 얘기다.
한편 그간 북한 열병식에 거의 빠짐없이 등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이번에 제외된 배경도 주목된다. 바이든 행정부와의 협상을 고려한 ‘수위 조절’이라는 관측과 함께 지난해 당 창건 열병식에서 공개한 ‘초대형 ICBM’이 모형일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군 소식통은 “한미 당국이 신형 ICBM의 제원과 성능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