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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감사원장은 정권의 忠犬 노릇 하라는 식의 임종석 발언

입력 | 2021-01-16 00:00:00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수립 과정의 절차적 위법성 여부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자 여권이 최재형 감사원장 집중 공격에 나섰다. 현 정부 초반부 권력 2인자였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그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집을 잘 지키라고 했더니 아예 안방을 차지하려 든다”고 비난했다. 선출된 권력이 나라의 주인이니 감사원장은 정권의 충견(忠犬) 노릇만 하면 된다는 식의 저급한 인식이다.

이번 감사는 1년 반 전 한 야당 의원과 울산시민 547명의 공익감사 청구에 따른 것이다. 2017년 6월 문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을 계기로 ‘상위 개념’인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그해 12월 탈원전 정책이 담긴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밀어붙였다는 게 청구의 요지다.

공익감사는 청구한다고 다 실시되는 것은 아니다. 공익감사청구자문위의 자문을 거쳐야 하는 등 꼼꼼한 절차와 단계를 밟도록 돼 있다. 최 원장이 독단적으로 주도한 정치 감사라면 감사청구조사국장을 비롯한 감사원 직원들은 정치 감사의 전위대가 되는 셈이다.

임 전 실장이 “전광훈, 윤석열, 그리고 이제는 최재형에게서 같은 냄새가 난다”고 한 것도 저열한 정치 공세다. 전광훈 목사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최 원장에게 덧씌워, 무리한 탈원전정책으로 인한 수세(守勢)에서 벗어나보겠다는 얕은 심산이 들여다보인다.

최 원장에 대한 비난은 내심 대권 도전을 모색하는 임 전 실장의 친문(親文) 지지층을 향한 구애의 메시지로도 읽힌다. 하지만 상식에 어긋한 인식과 발언으로는 설령 친문의 지지를 얻더라도 국민들의 공감대와는 점점 멀어질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감사원도 정치 외풍이 거셀수록 헌법과 감사원법에 부여된 권한을 철저히 행사하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