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상담 건수가 월 6145건으로 2012년 센터 개소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집콕’을 하는 시간이 크게 늘어난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유명 연예인인 이휘재 씨 부부가 최근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에 사과를 한 사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코로나 스트레스가 높아지면서 소음 문제로 다툼이 생기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의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발판 소리가 시끄럽다”는 등의 이유로 이웃을 칼로 찌르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 층간소음을 둘러싼 갈등이 많은 데는 아파트 구조 탓도 있다. 아파트 대부분은 벽식 구조로 돼 있는데, 위층의 바닥을 아랫집의 벽면들이 지지하는 방식이다. 벽식은 위층 바닥의 진동을 아랫집 여러 벽면을 통해 잘 전달하는 특성이 있다. 보와 기둥으로 지지하는 기둥식은 주상복합 아파트 등에 적용되는데, 진동의 발생과 전달 면적이 작아 층간소음에선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1기 신도시를 지으면서 공사 기간이 짧고 비용도 적게 드는 벽식 구조가 일반화됐다.
▷내년 7월이면 공동주택을 다 짓고 나서 현장에서 바닥충격음을 측정해 부족하면 지자체가 건설사에 보완을 권고하는 사후 확인 제도가 시행된다고 한다. 아파트 바닥을 두껍게 하고, 완충재를 넣으면서 경량충격소음(구슬 굴리는 소리 등)은 어느 정도 잡았다. 하지만 발망치는 여전히 기술적 난제로 남아 있다. 다양한 편의성을 갖춘 아파트가 갈등과 공포의 공간이 되지 않게 하는 데는 이웃 간의 배려가 아직까지는 최선책이라는 말이다.
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