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정홍일 ‘Welcome To The Barkhouse’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하지만 인터넷엔 이미 그의 이름은 물론이고 경력까지도 다 공개돼 있다. 29호의 이름은 정홍일. 부산경남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헤비메탈 밴드 바크하우스의 보컬리스트다. 그는 임재범의 ‘그대는 어디에’를 부르며 처음부터 관심을 모았고, 들국화의 ‘제발’, 김수철의 ‘못다 핀 꽃 한 송이’를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소화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결국 10명의 명단에 포함됐고 이제는 29호 대신 정홍일이란 이름으로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
정홍일의 무대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말했다. 저런 가수가 무얼 하다가 이제야 나타난 것이냐고. 말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정홍일은 숨어있던 적도 없고 갑자기 등장한 것도 아니다. 정홍일은 29호 가수 이전에 바크하우스의 멤버로 꾸준히 음악계에서 활동해 왔다. 2006년 첫 앨범을 발표한 뒤 지금까지 석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결성 시기를 따지면 한참을 더 거슬러 1998년까지 가야 한다.
헤비메탈이 케이팝만큼의 인기를 얻거나 관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최소한의 다양성은 확보하자는 것이다. 미디어의 조명이 비치지 않는 곳에 양질의 록과 재즈와 헤비메탈과 전자음악이 존재하고 있지만, TV 음악 프로그램에서 보이는 한국의 대중음악은 오직 케이팝만이 존재하는 것 같다. 편식이 나쁘다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이지만 음악 편식의 문제는 누구도 얘기하지 않는다.
2006년 발표한 바크하우스의 첫 앨범 제목은 ‘Welcome To The Barkhouse’다. 앨범에는 중후하고 야성미 가득한 정홍일의 목소리가 그대로 담겨 있다. 그 목소리의 매력이 알려지는 데 15년이 걸렸다. 정작 바크하우스의 음악은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방송이 외면하는 곳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세상에는 이른바 ‘톱100’ 곡만 있는 건 아니다. 조금만 능동적으로 시선을 돌리면 수많은 29호 가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케이팝만이 존재하는 것보다 다양한 장르의 29호가 관심을 받으며 활동하는 생태계가 더 건강할 거란 건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