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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이야기]재해도 가치 있게 만드는 날씨 경영

입력 | 2021-01-16 03:00:00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새해 들어 전국적으로 많은 눈이 내린 탓에 눈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곳곳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고, 아예 운행이 불가능해지자 차를 길에 두고 가는 경우도 있었다. 자연히 출퇴근 시간이 평소보다 몇 배로 길어지는가 하면 코로나19 시대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택배나 배달도 멈췄다. 일각에서는 이번 눈을 두고 하늘에서 쓰레기가 내린 것 같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눈에 부정적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눈이 주는 긍정적인 요소도 분명 있으며 부정적인 요소 역시 날씨 정보를 잘 활용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국립기상연구소는 2010년 1월 중부지방에 내린 눈(강설량 18cm)의 가치를 약 8300억 원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눈으로 인해 겨울과 봄 가뭄을 해소할 수 있는 수자원 확보 효과와 스키장 등에서 인공눈을 만들어 뿌리는 비용 등 날씨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고려한 수치다. 겨울철 한철 장사에 의존해야 하는 스키장이 인공눈을 뿌려 슬로프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은 하루 약 1000만 원, 시즌으로 보면 10억 원 정도 든다고 한다. 이외에도 눈이 내리면 겨울철 산불 피해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또 눈은 대기 중 오염물질을 씻어 내는 역할도 한다.

눈으로 인한 피해도 날씨 정보를 잘 활용하면 줄이거나 예방할 수 있다. 특히 눈으로 인한 피해 중 교통사고는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가장 심각하지만 반대로 날씨 정보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제설은 날씨 정보를 활용해 염화칼슘을 뿌리는 시점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비용과 효과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염화칼슘은 수분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주변의 눈을 녹일 수 있다. 염화칼슘이 섞인 물은 어는점이 영하 50도 이하로 낮아지기 때문에 한 번 녹인 눈이 다시 얼지도 않아 가장 많이 쓰인다.

문제는 염화칼슘을 뿌리는 시점이 조금만 늦어도 그 효과가 반감되거나 오히려 미끄러움을 가중시킨다는 점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날씨 경영이다. 산지가 많은 지역과 평지가 많은 지역의 제설 대책이 달라야 하듯 현재 천편일률적인 각 지방자치단체의 제설 정책을 세분해 지역 기후나 도로 사정, 당일의 날씨까지 고려한 맞춤형 기상정보를 활용해야 한다. 그러면 눈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만으론 부족하다. 기상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만 보더라도 기본적인 기상 관측은 정부 차원에서 하지만 지역별 맞춤 도로기상 정보와 같은 세분된 기상 정보는 민간 기업이나 전문기관이 생산하고 있다. 결국 정부가 기본적인 기상정보를 생산하고 민간이 이를 활용해 세분된 기상정보를 생산하는 분업체계가 중요하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자연이 준 시련을 극복하고 이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며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눈으로 인한 피해 역시 이제 극복하는 것을 넘어 활용하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기술적, 경제적 여건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한 만큼 날씨 경영을 잘 활용할 수 있다면 환경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부문에서도 4계절이 가진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