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비 인상에 ‘집콕’ 겹쳐 운영난… 문닫는 가게 늘자 겨울간식 갈증 파는 곳 찾아 알려주는 앱 등장, 붕어빵+역세권 ‘붕세권’까지 들먹 직화구이 냄비-호떡 누르개 불티… 집에서 ‘추억거리’ 만들어 먹기도
서울 마포구의 한 잉어빵 노점. 겨울철 흔한 풍경이었지만 최근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당근마켓이 지난해 12월 출시한 ‘겨울간식 지도’. 붕어빵, 호떡, 군고구마 등 겨울 먹거리를 파는 위치를 이용자들끼리 공유할 수 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붕어빵 파는 곳 다 어디 갔나요?”
뽀얀 김이 오르는 붕어빵 노점을 보고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던 이들에게 요즘 겨울은 낯설다. 거리에서 겨울 대표 간식 붕어빵이 종적을 감췄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에는 ‘#붕어빵어디서팔아요’ ‘#붕어빵어디갔니’ 등의 해시태그를 붙인 글이 줄줄이 올라온다. 이렇게 붕어빵을 애타게 찾는 해시태그만 41만 건. 눅진한 흰 종이봉투 안에서 하나씩 꺼내 먹던 따끈한 붕어빵 맛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이렇게 많아서일까. 온라인에서는 붕어빵을 찾기 위해 ‘붕세권’(붕어빵+역세권·붕어빵에서 가까운 곳) 지도를 제공하는 서비스와 붕어빵 가게 정보를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앱)까지 등장했다.
○‘붕세권’ 사시는 분 누구?
‘가슴속3천원’이라는 스마트폰 앱도 인기다. ‘누구나 겨울철 붕어빵을 사먹을 수 있도록 가슴속 3000원 정도는 품고 다녀야 한다’는 우스갯소리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이 앱에서도 불특정 다수가 자신이 아는 붕어빵 가게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별점과 후기를 남길 수도 있다. 아직 애플 앱스토어에만 앱이 올라 있는데, 지금까지 5만 명 이상의 사용자들이 내려받았다.
○ 사라져 가는 붕어빵 노점
붕세권이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붕어빵 가게가 희귀해진 이유는 뭘까. 주재료인 팥 가격이 오른 영향이 가장 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국산 팥(40kg) 도매가격은 13일 기준 47만9200원으로 지난해 1월 평균 가격인 34만1000원 대비 40.5% 올랐다. 수입 팥 역시 같은 기간 가격이 30%가량 올랐다.
서울 마포구에서 10년 넘게 잉어빵을 팔고 있는 박모 씨(55·여)는 “팥 가격은 물론이고 가스비도 오르니 인건비도 안 남는다”면서 “지난해 3개 1000원에 팔던 잉어빵을 올해부터 2개 1000원으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도 겹쳤다. 안 그래도 불법 노점상 단속이 늘면서 장사하기 어려워졌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사람들이 바깥에 덜 나오게 됐다. 길거리 음식에 대한 거부감도 늘었다. 서울 양천구에서 3년째 붕어빵과 호떡을 판매하고 있는 이모 씨(45)는 “예전 한겨울에는 하루 10만 원 매출이 나올 때도 있었는데 이제 3만 원어치 팔면 잘 판 것”이라며 “언제 장사를 접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안 팔면 만들어 먹는다
파는 곳이 없으니 ‘자급자족’ 정신을 실천하는 사람도 늘었다.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이다. 위메프에 따르면 지난해 11, 12월 간식 매출을 분석한 결과 붕어빵 반죽을 구울 수 있는 붕어빵 팬의 매출이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0% 늘었다. 반죽용 붕어빵 믹스는 148%, 팥 앙금은 1436% 판매가 늘었다. 같은 기간 군고구마를 만들 수 있는 직화구이 냄비와 호떡 누르개의 매출은 각각 449%, 69% 증가했다. 외식 대신 집에서 요리를 하는 ‘홈쿡’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재료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위메프 관계자는 “에어프라이어 등 새로운 주방기기의 대중화와 코로나19로 인한 삶의 변화로 인해 겨울철 간식도 집에서 만들어 먹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집콕 생활이 장기화되면서 홈메이드 재료의 인기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