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1’이 보여주는 ‘똑똑한 집’ AI-로봇… 미리 본 미래의 집
《음료를 갖다주는 로봇, 침대 발끝에서 올라오는 투명 디스플레이, 자율주행차 센서가 장착돼 스스로 움직이는 로봇청소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전시회인 'CES 2021'에서 공개된 머지않은 미래의 '똑똑한 집'을 들여다봤다.》
이른 아침 알람 소리에 눈이 떠졌다. 알람이 울린 곳은 침대 발끝에 위치한 투명 디스플레이. 머리맡의 버튼을 눌러 알람을 끄자 디스플레이에는 기온과 습도 등 날씨 정보가 나타났다. 버튼을 다시 누르자 간밤에 뒤척이진 않았는지 수면 패턴을 담은 정보로 디스플레이 화면이 바뀌었다. 잠들기 전 보던 영화를 마저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리모컨 버튼을 누르자 침대 프레임에 숨겨져 있던 디스플레이가 더 높이 올라와 55인치 TV로 바뀌었다.
영화를 보다 보니 목이 말랐다. “물 마시고 싶어”라고 외치자 관절이 있는 긴 팔과 집게손을 가진 로봇이 시원한 물이 든 컵을 갖다 주었다. 주방에서 침실까지 로봇이 이동하는 길 한가운데에는 벗어둔 옷가지가 장애물처럼 놓여 있었지만 로봇은 이리저리 피해 컵을 날랐다. 이 후 집게손으로 옷가지를 집어 세탁기에 집어넣었다.
‘홈 짐(Home Gym)’으로 꾸며 놓은 방에 마련된 운동기구에 앉자 벽에 붙은 디스플레이 화면에 피트니스 트레이너의 모습이 나타났다. 화면의 절반은 운동하는 나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촬영되고 있었다. 화상으로 만나는 트레이너가 정확한 자세를 알려줬고 동작을 몇 차례 반복해야 하는지 구호를 붙이며 도왔다. 화면 아래에는 지금까지 소비한 칼로리가 실시간으로 반영됐다.
이는 실제로 머지않은 미래에 펼쳐질 ‘똑똑한 집’의 모습이다. 삼성전자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이 11∼14일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1’에서 선보인 기술이다. 이번 CES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으로만 진행돼 참가 기업의 규모나 관심이 예년만 못했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언택트(비대면)가 대세가 된 달라진 일상의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준 의미 있는 행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인공지능(AI) 로봇청소기 ‘제트봇 AI’는 자율주행차에 있을 법한 라이다(LiDAR) 센서와 3차원(3D) 센서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깨지기 쉬운 물건, 애완동물 배변, 전선 등도 능숙하게 피한다. LG디스플레이는 평소에는 책상으로 쓰다 돌려서 세우면 원격수업을 들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되는 ‘키즈 책상’을 전시했다. 또 TV를 시청할 때는 평면이지만 게임을 할 때는 구부러지는 ‘커브드 화면’으로 변환이 되는 모니터도 선보였다.
AI와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병원을 찾지 않고도 집에서 언택트 진단이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각종 기술도 공개됐다. 특히 암 등 중증질환뿐만 아니라 혈압 확인이나 치과, 안과 진료 등 일상에서 자주 확인해야 하는 분야로 확대됐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국내 스타트업 알고케어는 생활가전기기의 IoT를 통해 개인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4mm 크기의 영양제를 제공하는 기술과 제품을 선보였다. 한국 기업 에이치로보틱스의 ‘리블레스’는 의료진이 환자와 함께 있는 재활운동 로봇을 원격조종해 언택트 재활 치료를 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위생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반영한 기술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LG전자의 ‘클로이 살균봇’은 호텔 병원 식당 등을 오가며 자외선 램프를 활용해 비대면 살균 작업을 할 수 있다. LG전자는 이르면 올 상반기 중 미국에 클로이 살균봇을 출시할 계획이다. 미국 IT기업 ‘에어팝’은 스마트 마스크를 선보였다. 마스크에 사용자의 호흡과 주변 공기질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탑재한 제품이다. 센서를 통해 주변 공기의 오염물질 여부와 필터 교체 시기 등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전송해 준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