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채널A
“기쁨이나 슬픔, 이런 인간의 감정을 (누명을 쓴) 최 군이 살면서 보통 사람처럼 얼마나 표현하고 살았을까요. 표현하지 않았을 거예요. 왜냐면 15살에 교도소에 들어갔고 10년을 복역했는데, (어떻게) 이런 감정을 드러내놓고 살 수 있었겠습니까. 감추고, 때로는 누르면서 살아왔겠지요. 그러다보니까 손해배상 소송 사건의 판결 결과를 전화로 알려줬을 때, 기쁨을 드러내놓고 표현하지는 않았습니다. 목소리에서 들떠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 그 정도였습니다.”
이른바 ‘약촌 오거리 살인 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10년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피해자 최모 씨를 변호한 박준영 변호사는 17일 채널A와 인터뷰에서 ‘국가가 피해자 최모 씨와 가족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는데, 최 씨의 반응은 어땠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부장판사 이성호)는 13일 ‘약촌 오거리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수감됐던 최 씨가 대한민국과 경찰 이모 씨, 검사 김모 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최 씨에게 16억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전체 배상금 16억 원 중에서 3억 원을 사건에 관련된 경찰, 검사에게 물리기로 했다. 박 변호사는 채널A에 “수사기관의 불법행위에 대해 직접적으로 책임을 묻는 사례가 거의 드물었다. 검사의 직접 책임은 거의 첫 사례라고 볼 수 있다”며 “이 사건에서 경찰과 검사의 불법의 정도가 너무나 중했다고 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람들도 본인들의 책임, 잘못을 왜 모르겠느냐. 하지만 이 사회에서 그 잘못을 인정했을 때 가해지는 비난, 그리고 또 그 잘못에 대한 책임 추궁이 부담되고 두려웠을 것”이라며 “(경찰과 검사가) 1심 판결에 대해 반드시 항소할 거다. 항소하는 과정에서 진성성 있게 저희에게 다가왔으면 좋겠다. 진정성 있게 사과를 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심 재판 과정에서 경찰 두 명이 증인으로 나왔다.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이 증언 후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자살했다. 자살한 경찰은 막내 경찰이었고, 그 막내 경찰이 법정에서 최 군을 여관으로 데려갔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며 “자살 이후에 제가 받았던 충격도 상당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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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에 대해선 “2003년에 진범이 잡혔을 때, 정말 기대가 컸을 것 같다. 그 기대가 무너지지 않았느냐. 누구를 믿을 수 있었겠느냐”며 “도와준다고 다가오는 사람조차도 믿지 못하는, 손을 잡지 못하는, 그게 안타까웠다”고 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