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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장관이 김학의 출금도 가능했다” vs 檢 “법치 부정, 물타기”

입력 | 2021-01-17 19:37:00


“법무부 장관은 직권으로 출국금지 권한이 있다. (최근 불법 출국금지 논란은) 부차적인 논란에 불과하다.”

법무부는 16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논란에 대해 “당시 박상기 장관이 검찰 요청 없이도 충분히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할 수 있었다”며 “검사가 긴급 출국금지 서류를 조작하는 등 절차를 어겼다는 의혹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냈다. 결론에 문제가 없다면 과정은 부차적이라는 법무부의 입장에 대해 검찰 안팎에서 “절차적 정의를 부정하는 것”이란 반발이 일고 있다.

●“요청 없었다면 장관 직권으로 했을 것”
법무부는 16일 A4용지 4장 분량의 입장문을 통해 “(김 전 차관) 긴급출국금지의 일부 절차와 관련한 논란은 법무부 장관의 직권 출국금지 권한을 고려했을 때 출국금지 자체의 적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부차적인 논란”이라고 밝혔다. 법무부 장관이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를 최종 승인한 것이므로 출금 과정에서 발생한 절차 시비는 논의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법무부는 “실제로 2013년 수사기관 요청이 없었지만 장관이 직권으로 출국금지한 전례도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 장관은 ‘범죄 수사를 위해 출국해선 안 되는 사람’에 대해 최대 1개월 동안 출국을 금지할 수 있다. 수사기관이 3년 이상의 징역형과 금고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중범죄자 등에 한해 직접 긴급출국금지를 신청할 수도 있다.

긴급출금의 경우 피의자에 한해 신청할 수 있어 당시 피의자 신분이 아니었던 김 전 차관을 출금하려면 법무부 장관이 직권으로 하는 것 외에는 합법적인 수단이 없었다. 하지만 당시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금은 이규원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검사가 요건과 절차에 맞지 않게 긴급출금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당시 법무 검찰과거사위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김 전 차관에 대한 직권 출금을 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채택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이 검사가 서울동부지검장 결재 없이 ‘서울동부지검장 代 이규원’이라고 적힌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를 접수시키는 등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을 위반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않았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은 ‘긴급 출국금지를 요청하려는 수사기관의 장이 출입국관리 공무원에 서류를 보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출입국심사과 공무원들이 출국 예정일 사흘 전부터 김 전 차관의 출입국 기록을 불법 조회했다는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해서는 “국회 및 언론 대응, 업무 수행을 위해 김 전 차관의 출국 여부를 조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법무부가 법치주의 부정하며 물타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불법 출국금지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추 장관은 “지푸라기라도 잡아내 언론을 통해 여론몰이를 먼저 한 다음 커다란 불법과 조직적 비위가 있는 사건인양 사회적 관심과 주목을 형성한 후 수사의 불가피성을 내세우는 전형적인 ‘극장형 수사’를 벌이려는 느낌”이라고 했다. 법무부 과거사위원회 위원이었던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페이스북에 “보복이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시기는 생각보다 빨랐고 대상 사건이 검찰 치부인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이라니 놀랐다”고 주장했다.

검찰 내부에선 “법무부가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부장검사는 “법무부의 주장은 적법 절차를 밟지 않고 사람을 체포한 뒤 ‘애초 검사가 긴급체포권을 갖고 있으니 문제 없다’고 우기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수사 권한이 없는 이 검사가 ‘가짜 내사번호’를 만들어 긴급출국금지를 신청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라며 “그런데 법무부는 핵심을 빗겨가 ‘장관의 직권 출국금지 권한’을 논하면서 ‘물타기’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