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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사당 난입 ‘트럼프 시위대’ 인공지능으로 잡았다

입력 | 2021-01-18 03:00:00

얼굴 특징으로 사람 찾는 앱 활용… CCTV 사진으로 시위대 신원 파악
개인정보 침해-인종 차별 등 얼굴 인식 알고리즘 문제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6일(현지 시간) 워싱턴 국회 의사당 앞에서 미 대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위키미디어 제공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미 워싱턴 의사당에 난입한 친트럼프 시위대 170명의 신원을 파악해 이 가운데 70명을 기소했다고 12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발행하는 전문지 스펙트럼에 따르면 미국 수사당국이 이처럼 단시간에 의사당에 난입한 시위대 전원의 신원을 확인한 데는 인공지능(AI)과 얼굴 인식기술의 활약이 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 수백 명은 의사당에 침입해 물건을 부수고 의사당 경비와 경찰에게 폭력을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FBI는 미 의사당 난입 사태 직후 디지털 감식 전문가들을 동원해 의사당 주변 감시카메라에서 확보한 시위대의 얼굴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려 신원을 제보받았다. 현지 경찰들도 미국 스타트업 ‘클리어뷰AI’가 개발한 얼굴 인식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 정보를 FBI에 전달했다.

클리어뷰AI가 개발한 얼굴인식 알고리즘은 사진과 동영상에서 얼굴의 특징을 구별해 신원을 파악하는 기술이다. 대표적인 얼굴 인식 알고리즘은 폴 비올라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컴퓨터과학과 교수와 마이클 존스 일본 미쓰비시전기연구소 연구원이 2001년 개발한 알고리즘으로 눈과 코, 입, 턱 같은 얼굴 특정 부위의 밝기와 주변 영역의 밝기를 비교해 사람을 구별한다. 보통 사람의 눈 주위는 움푹 들어가 있어 눈 주변보다 어둡고 코는 밝게 드러난다.


클리어뷰AI의 얼굴 인식 앱은 사진을 입력하면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를 포함해 금융 앱인 벤모 등에서 수집한 30억 개 이상의 얼굴 사진과 비교해 약 1초 만에 비슷한 얼굴 사진과 그 사진의 출처 정보를 찾아낸다. 누군가 얼굴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면 비슷한 사람의 인스타그램을 찾아내 이름, 거주지 등을 대략적으로 찾아낸다. 사진을 일일이 비교하지 않아도 방대한 인터넷에서 인물 정보를 찾아낼 수 있어 미국 전역에서 2000개 이상의 법 집행기관이 클리어뷰AI의 앱을 사용하고 있다.

클리어뷰AI는 범죄 수사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지만 지난해 윤리적인 문제로 홍역을 겪기도 했다. 지난해 30억 장의 사진을 무단으로 수집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데다 이 데이터들이 해킹을 당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의사당 난입 사건 계기로 클리어뷰AI가 얼굴 인식 AI의 이미지를 어느 정도 회복하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의 무단 사용에 따른 개인정보 침해 문제는 숙제로 남아 있다. AI가 학습한 데이터가 특정 인종에 치우쳐 있을 경우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할 수도 있다.

MIT 연구팀은 2018년 가장 많이 활용되는 얼굴 인식 알고리즘인 ‘IJB-A’와 ‘어디언스’의 학습에 사용한 데이터에서 백인 얼굴 데이터의 비중이 각각 86%, 79%라고 밝혔다. 또 미국표준기술연구소(NIST)는 2019년 영국과 중국에서 사용되는 얼굴 인식 알고리즘이 얼굴을 잘못 인식하는 사례가 백인 남녀의 경우에만 현저하게 낮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얼굴 인식 학습 데이터가 적을 경우 인식 정확도가 그만큼 떨어져 무고한 피해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해 1월 미국 미시간주에서는 경찰이 얼굴 인식 시스템이 분석한 시계 도둑의 얼굴 데이터와 일치한다는 이유로 무고한 시민을 체포한 일이 발생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소속 네이선 웨슬러 변호사는 “수사 기관에서 얼굴 인식 AI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되면 이미 인종차별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또 배척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현 동아사이언스 기자 mnch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