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두고 ‘생활 물가’ 비상
17일 서울 중구 한강대로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직원이 계란 진열대를 살펴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계란 가격이 1년 전보다 26% 올랐다. 뉴시스
다른 소비자들도 “계란이 금값이네”라며 계란을 한 판씩 담아갔다. 평소보다 올랐는데도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온라인몰에서는 계란이 아예 ‘품절’된 곳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마트 직원은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수급이 워낙 불안정해 많은 소비자가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구입에 제한을 뒀다”고 말했다.
○ 전염병에 기상 악화, 엎친 데 덮친 격
곡식, 채소류도 ‘집밥’ 수요는 늘어났는데 기상 악화에 따른 작황 부진이나 수급 조절 실패로 가격이 줄줄이 인상됐다. 쌀은 지난해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최저치를 기록한 반면, 소비는 늘어나면서 소매가격이 15% 넘게 올랐다. 건고추도 같은 이유로 가격이 79.3%나 치솟았다.
마늘이나 대파, 양파 등 이른바 필수 식재료들은 재배 면적이 줄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마늘 재고량은 전년 대비 3%, 양파는 9%, 대파는 전년 대비 14%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1년 사이 마늘과 양파, 대파 가격은 각각 44%, 69.4%, 52.5% 올랐다.
○ 소비자들 “차라리 ‘밀키트’로 끼니 해결”
식재료 가격이 급등하다 보니 식재료가 이미 손질된 간편조리세트인 밀키트(Meal Kit)로 집밥을 해먹는 사람도 늘고 있다. 홈파티 단골 메뉴인 ‘밀푀유나베’를 만들기 위해 시중 마트에서 재료를 직접 구매할 경우 △배추(1포기) 2999원 △호주산 쇠고기(200g) 3760원 △팽이버섯(150g) 536원 △표고버섯(500g) 6880원 △청경채(1팩) 2980원 △깻잎(100g) 2586원 등 2만 원 가까이 든다. 반면 호주산 쇠고기를 포함해 같은 종류의 재료와 함께 3가지 소스까지 갖춘 A사의 ‘밀푀유나베 키트’ 2인분은 1만6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회사원 전모 씨(33)는 “식재료를 따로따로 사서 요리하면 비싸고 번거로워서 주말에 두 끼 이상은 밀키트를 사서 끼니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주 설 민생대책의 하나로 ‘설 성수품 수급안정대책’을 내놓는다. 주요 성수품의 공급을 늘리고 전국적인 판촉 행사 등을 추진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이달 말 예정된 농축산물 할인행사를 중심으로 주요 농축산물 구매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