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목소리 외면한 ‘자발적 참여’ 압박 다수가 느끼는 박탈감, 정치에 이용 말라
홍수용 산업2부장
이익공유제를 제안했다고 사회주의자로 몰아세울 일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 동반성장위원회에서도 비슷한 제도를 논의했다. 대기업이 협력회사와 수입을 나누는 건 영국 롤스로이스사도 하고 있다. 이 대표 말대로 기업과 거리를 두는 ‘팔길이 원칙’만 지킨다면 별문제 있겠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익공유제는 가진 자가 선의로 자기 몫을 조금 떼어주는 식이 아니다. 제도를 설계한 홍장표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현 정부 초대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의 설명은 이랬다. 첫째, 고위험산업에서 대기업과 협력사는 같은 밸류체인(가치사슬)으로 묶여 있다. 한배를 탄 협력업체는 일종의 기업 내부자인 만큼 성과급을 나누는 건 이상할 게 없다. 둘째, 이익공유제는 기부가 아니다. 기부라고 하는 순간 사회공헌활동이 된다. 자발적 기부보다는 이상민 민주당 의원이 말한 사회연대세나 부유세가 이익을 나누는 실질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셋째, 코로나 같은 돌발적 일시적 변수로 기업이 수익을 냈어도 협력업체의 기여분은 인정돼야 한다.
공짜 싫어하는 사람 없고, 돈 버는 부자는 따로 있다는 게 동학개미의 심리다. 불평등이 심해지면 사람들은 먼 미래를 보기보다는 눈앞의 달콤한 유혹에 빠지기 쉽다. 여권은 기업을 압박하며 만든 갈등구도를 4월 선거에 이용하려 할 수 있다. 이익공유제는 자발적 기부에 그치지 않고 사회연대세나 부유세로 확대될지 모른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재산권이 침해되고 성장동력이 약해질 거라며 펄펄 뛰지만 정부가 이런 목소리에 귀를 닫은 지 오래다.
기업들은 법인세 인상보다 더 고약한 것이 자발성을 가장한 기부라고 생각한다. 도대체 왜 기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 기부를 하지 않을 자유가 배제된 상황을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업이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진 지난 정부에서 미르재단에 출연한 것과 현 정부에서 이익공유제에 따라 돈을 내는 것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한 기업인은 “돈을 걷는 쪽이 ‘나쁜 사람’이냐, ‘착한 사람’이냐의 차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현 정부는 착하게 걷어서 착하게 쓸 예정이니 지난 정부와는 다르다고 주장할 수 있다. 미르재단을 생각해낸 사람도 자기들은 전두환 정권의 일해재단과는 다르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홍수용 산업2부장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