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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한판 6700원, 사과 1개 3000원… 설 차례상 어쩌나

입력 | 2021-01-18 03:00:00

주부들 “물가 올라 장보기 겁나”
한파-가축전염병 등 공급 감소 탓




5만원으로 작년엔 이만큼 샀는데 올해는…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으며 5만 원으로 살 수 있는 식재료 수량이 대폭 줄었다. 지난해 1월에는 장바구니에 30개들이 계란 한 판과 양파 10개, 사과 5개, 삼겹살 한 근(600g) 등을 고루 담을 수 있었지만 올 1월에는 계란 22개, 양파 3개, 사과 1개 반, 삼겹살 420g 등 크게 줄어든 수량만 살 수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7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계산을 마친 주부 강모 씨(68)는 영수증을 한참 들여다봤다. 예상보다 결제금액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계산이 잘못된 건 없었다. 그는 “채소값이 너무 올라 장보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설 명절을 약 2주일 앞두고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집밥’ 수요 증가가 이어지고 있는데 한파와 폭설, 가축전염병 등으로 공급이 원활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계란(특란 30개) 소매가격은 6669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25.8% 올랐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알을 낳도록 키우는 닭인 산란계가 대거 살처분되며 공급이 급감한 탓이다. 돼지고기는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수입이 급감해 1년 전보다 가격이 24.2% 상승했다. 과일과 채소는 재배 면적 감소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5만 원이면 삼겹살 한 근(600g), 사과 5개, 계란 한 판(30개), 깐마늘 대파 고구마 쪽파 각 1kg, 양파 3kg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들 품목을 같은 양만큼 사려면 6만4800원이 든다. 가격이 평균 30% 오른 것이다.

이대로라면 각 가정은 올해 설 제수용품 구입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염병 확산세가 잡히지 않으면 돼지고기와 계란 등의 가격이 설까지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사지원·김하경 기자





계란 26% 양파 69% 삼겹살 24%↑… “차라리 밀키트로 끼니해결”
설 앞두고 ‘생활 물가’ 비상

17일 서울 중구 한강대로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직원이 계란 진열대를 살펴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계란 가격이 1년 전보다 26% 올랐다. 뉴시스


15일 경기 고양시의 한 대형마트. 계란코너에 ‘1인 1판 구입 가능’이라는 안내문구가 붙어있었다. 이날 판매된 계란은 30개 기준으로 ‘특란’은 6380원, ‘왕란’은 5480원이었다. 1년 전에 비하면 20% 넘게 올랐다. 값이 싼 편인 왕란을 카트에 집어넣은 김모 씨(56)는 “석 달 전만 해도 4000원 정도 했던 것 같은데, 너무 많이 올랐다”면서도 “어디 나가서 사먹기도 어려워 조금이라도 싼 걸 찾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소비자들도 “계란이 금값이네”라며 계란을 한 판씩 담아갔다. 평소보다 올랐는데도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온라인몰에서는 계란이 아예 ‘품절’된 곳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마트 직원은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수급이 워낙 불안정해 많은 소비자가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구입에 제한을 뒀다”고 말했다.

○ 전염병에 기상 악화, 엎친 데 덮친 격

식재료 가격이 치솟는 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집밥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가축 전염병, 기상 악화, 수급 조절 실패 등의 이유가 겹쳤다. 계란이 ‘금(金)란’이 된 배경에는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고병원성 AI가 있다. 16일까지 AI로 살처분된 산란계는 전체 사육 마릿수의 11.4%에 이른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산란계 농장이 육계 농장에 비해 AI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빵을 만드는 카페의 홀 영업이 재개되면 수요가 더 늘어 공급이 달릴 것 같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3년 전 한 판에 1만 원이 넘었던 ‘계란 파동’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돼지고기는 가정 내 소비가 빠르게 늘어난 반면에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해 수입에는 제동이 걸려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칸타 월드패널 디비전’에 따르면 올해 7∼10월 국내 가구당 평균 돼지고기 구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했다. 반면 국내에 공급되는 외국산 삼겹살의 2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독일산 돼지고기가 지난해 9월부터 수입이 중단된 상태다.

곡식, 채소류도 ‘집밥’ 수요는 늘어났는데 기상 악화에 따른 작황 부진이나 수급 조절 실패로 가격이 줄줄이 인상됐다. 쌀은 지난해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최저치를 기록한 반면, 소비는 늘어나면서 소매가격이 15% 넘게 올랐다. 건고추도 같은 이유로 가격이 79.3%나 치솟았다.

마늘이나 대파, 양파 등 이른바 필수 식재료들은 재배 면적이 줄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마늘 재고량은 전년 대비 3%, 양파는 9%, 대파는 전년 대비 14%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1년 사이 마늘과 양파, 대파 가격은 각각 44%, 69.4%, 52.5% 올랐다.

○ 소비자들 “차라리 ‘밀키트’로 끼니 해결”
식재료 가격이 급등하다 보니 식재료가 이미 손질된 간편조리세트인 밀키트(Meal Kit)로 집밥을 해먹는 사람도 늘고 있다. 홈파티 단골 메뉴인 ‘밀푀유나베’를 만들기 위해 시중 마트에서 재료를 직접 구매할 경우 △배추(1포기) 2999원 △호주산 쇠고기(200g) 3760원 △팽이버섯(150g) 536원 △표고버섯(500g) 6880원 △청경채(1팩) 2980원 △깻잎(100g) 2586원 등 2만 원 가까이 든다. 반면 호주산 쇠고기를 포함해 같은 종류의 재료와 함께 3가지 소스까지 갖춘 A사의 ‘밀푀유나베 키트’ 2인분은 1만6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회사원 전모 씨(33)는 “식재료를 따로따로 사서 요리하면 비싸고 번거로워서 주말에 두 끼 이상은 밀키트를 사서 끼니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주 설 민생대책의 하나로 ‘설 성수품 수급안정대책’을 내놓는다. 주요 성수품의 공급을 늘리고 전국적인 판촉 행사 등을 추진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이달 말 예정된 농축산물 할인행사를 중심으로 주요 농축산물 구매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사지원 4g1@donga.com·김하경 / 세종=주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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