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피해사실과 2차 피해 대단히 안타까워" "박 시장이 왜 그런 행동과 극단적 선택했는지" 별건재판서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고통 사실" '공소권 없음' 사건…수사기관 바깥에서 결판 나
최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은 사실이라는 취지의 법원 판단이 나온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처음으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해 주목된다.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공소권이 없어져 사건 자체는 정식 수사를 진행하지 못했지만, 수사기관 바깥에서 사실상 결론을 내려버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가 (최근 별건재판 재판부에서) 인정됐는데 당시 대통령은 박 전 시장에게 조화를 보냈다. 박 전 시장의 혐의에 대한 입장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박원순 시장이 왜 그런 행동을 했으며 또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부분에 대해서도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왜 그런 행동을 했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라고 말하며 박 전 시장이 전직 비서 A씨에게 성추행을 자행한 것을 전제로 하는 발언을 했다.
앞서 A씨가 피해자인 다른 성범죄 사건 1심 재판에선 법원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사실이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선고 과정에서 재판부는 피해자이자 박 전 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A씨가 박 전 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박원순은 피해자에게 ‘남자에 대해 모른다, 남자를 알아야 시집갈 수 있다’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이 여러차례 있었다”며 “이에 대한 여러 진술을 비춰보면 피해자가 박원순의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전 시장이 사망해 ‘공소권 없음’으로 직접적인 수사가 진행되지도 못했고, 따라서 재판도 열리지 않은 사건에 대해 별건 재판의 재판부가 판단을 내린 것이다.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은 성추행 혐의 피소 직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의혹 수준에서 머물던 사건이 약 5개월만에 법원과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유죄 성격을 띄게 된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서울시 관계자들의 성추행 의혹 방조 사건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을 내렸다. 다만 이는 성추행이 없었다고 규명된 것이 아니고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을 위한 압수수색 영장이 연달이 기각되면서 확인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 유출 의혹을 수사한 서울북부지검은 지난달 30일 박 전 시장이 사망 전 측근에 “이 파고는 넘기 힘들 것 같다”는 문자메시지를 측근에 보냈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박 전 시장이 측근들에게 사실상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냐는 여론이 힘을 얻기도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