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커진 코스피… 18일 3013 마감
18일 코스피가 71.97 포인트 하락해 3.013.93으로 마감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증권 딜링룸에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최근 한 달간 300포인트 넘게 급등하며 파죽지세로 ‘삼천피 시대’를 열었던 코스피가 이틀째 2% 넘게 급락해 3,000 선이 위태로워졌다. 동학개미가 홀로 이끄는 ‘외끌이 장세’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법정 구속으로 삼성 계열사들 주가가 출렁인 영향이 크다. 국내 증시가 높은 변동성을 보이면서 본격적인 조정장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동학개미 매수 줄자 하락 폭 커져
동학개미들은 이날도 5189억 원어치를 사들이며 ‘나 홀로’ 매수를 이어갔다. 하지만 코스피가 0.12% 하락했던 11일 4조 원 넘게 순매수한 것과 비교하면 매수세가 크게 약화됐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도 각각 2201억 원, 2791억 원어치를 팔며 하락세를 이끌었다. 특히 기관은 8일부터 7거래일째 ‘팔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모인 단체채팅방 등에서는 “하락장에서 ‘물타기’ 매수를 해야 하느냐” “당장 손절매를 해야 하느냐”는 고민이 이어졌다. 일부 투자자는 “산이 높은 만큼 골이 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LG화학(―1.53%) 카카오(―2.29%) SK이노베이션(―3.81%) 등 15개가 하락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가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강한 상승세를 이어온 데 따른 단기 조정이 나타나고 있다”며 “대기업 실적 발표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통화 정책 등에 따라 증시 방향성이 정해질 것”이라고 했다.
○ 대장주 삼성전자 악재에 충격 커져
증시 하락 폭이 커진 데는 대장주 삼성전자를 둘러싼 악재도 한몫했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이날 이재용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삼성그룹주 대부분이 하락했다. 장 초반 1%대로 떨어졌던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선고 소식에 3.41% 하락한 8만5000원에 마감했다. 삼성물산도 7% 가까이 급락했고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엔지니어링 등도 3% 넘게 내렸다. 이날 삼성그룹주 시총은 약 28조 원 증발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총수 공백 장기화가 이어지면 그룹 차원의 의사 결정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 주가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됐다가 석방된 2017년 2월 17일∼2018년 2월 5일 삼성전자 주가는 25.5% 올랐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증시가 출렁일 수 있겠지만 추세적인 ‘하락 전환’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평가한다. 여전히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많은 데다 기업 실적 등 증시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튼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부터 길게 보고 우량주 중심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자현 zion37@donga.com·신지환·박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