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구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
① 187조 원: 올해 코스피 상장기업의 영업이익 전망치이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 또는 국내 증시 대세 상승장의 한복판이었던 2017년 실적(194조 원)에 준하는 수치다. 시장은 지난해 실적 부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폭풍으로 인한 일회성 쇼크이며, 향후 기업 실적의 빠른 개선을 중장기 상승 동력으로 보고 있다. 현재 반등에 나선 글로벌 반도체 업황과 실물경기 회복에 정책 대응이 더해진 중국의 거시 환경, 최근 주요국의 정책 여건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면 이런 기대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은 낮다. 올해 코스피는 충분히 3,300대에 안착할 것으로 보인다.
② 0.6배: 삼성전자와 대만 TSMC의 상대적인 주가수익비율(PER)이다. 삼성전자의 주가수익비율이 경쟁사 TSMC의 66.5% 수준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작년 말보다는 올라왔지만 극단적인 저평가 구도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중요한 건 삼성전자가 TSMC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다. 글로벌 경기 정체기에는 미국과 중국 시장 점유율이 높은 TSMC가 유리하지만 회복·성장기엔 협력과 경쟁의 밸류체인을 이룬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또 삼성전자는 소비재와 자본재를 동시에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설비투자나 인프라 확충과 관련해 주요국이 투자할 요인도 충분하다. 현재 1위 TSMC의 시장 점유율과 공정 능력이 즉각 확대되는 게 아니라면 주가 상승 동력은 쫓기는 쪽보단 쫓는 쪽이 앞선다.
③ 7.6%포인트: 현재 3년 만기 BBB―등급 회사채 금리와 국고채 금리 차이(신용스프레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8.6%포인트)와 근접하게 높다. 금융시장 안팎의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실물경기와 신용 여건은 아직 엄동설한인 것이다. 주목할 점은 경기선행지수와 신용스프레드 사이의 상관성이다. 국내 실물경기가 현재 경기선행지수의 선순환 경로를 따를 경우, 신용스프레드는 본격 하락세로 전환할 공산이 크다. 경제 주체들의 자신감이 회복되고 위험선호 심리가 개선될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④ 62.1%: 2000년 5월 말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이 코스피 전체에서 차지했던 비중이다. 1월 초 현재 코스피 시총 상위 10개 종목의 비중은 47.6%이다. 통상 외국인 자금은 MSCI한국 또는 코스피200 지수에 맞물려 들어오고 개인 수급 역시 시총 상위주에 집중되고 있다. 시총 상위 기업들이 미래 기술 트렌드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위 10개 종목의 비중은 2000년을 넘어설 가능성도 높다. 쏠림과 집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