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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보란듯… 체포 알면서도 돌아온 나발니

입력 | 2021-01-19 03:00:00

독극물 테러 당했던 푸틴 정적
SNS에 귀국 중계, 정치재개 예고
美-EU 등 “즉각 석방돼야”



체포 직전 부인과 ‘작별 키스’  17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서 체포된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운데)가 취재진이 보는 앞에서 아내 율리야와 입맞춤을 하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지난해 8월 독극물 테러를 당한 뒤 독일에서 치료를 받고 5개월 만에 귀국한 나발니를 이날 전격 체포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17일 오후 8시 10분. 러시아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 검은 마스크를 쓴 러시아 연방형집행국 소속 요원들은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전 러시아진보당 대표(45)가 입국 심사대에 나타나자 그를 즉각 체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69)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는 나발니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독극물 테러를 당한 후 독일 베를린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약 5개월 만에 귀국했다. 체포될 줄 알면서도 독일에서 러시아로 돌아온 그의 행보를 두고 외신들은 올해 9월 의회선거를 앞두고 ‘반(反)푸틴’ 세력을 집결하기 위한 정치적 포석으로 해석했다.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가 2014년 프랑스 화장품 회사 ‘이브 로셰’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는데 그가 체류지를 통보하지 않는 등 ‘집행유예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체포했다. 나발니는 집행유예 취소 소송 기일이 열리는 이달 29일까지 구치소에 수감된다.

17일 나발니는 자신의 러시아 입국 과정을 언론과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공항 대합실에는 지지자 200여 명이 모여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나발니의 귀국은 푸틴 정부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불만과 이에 대한 푸틴 정부의 불안을 보여주는 가장 극적인 모습”이라며 그의 귀국이 러시아 정치권에 미칠 파장을 전했다.

귀국한 나발니가 공항에서 바로 체포되자 세계 각국은 러시아 정부를 비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행정부 초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한 제이크 설리번은 트위터를 통해 “나발니는 즉각 석방돼야 한다”고 했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비롯해 프랑스 폴란드 등 유럽 주요국 인사들도 석방을 촉구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