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기록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있다. 정찰병을 보내지 않아 적이 다가오는 줄 몰랐다. 경계병을 세우지 않아 야간 기습에 당했다. 임란 후반기에 선조가 이런 한탄을 한다. “전쟁 초기라면 실전 경험이 없으니 그럴 수도 있다. 도대체 전쟁이 몇 년째인데, 달라진 게 없는가.” 40년 후의 병자호란 때도 이는 반복된다. 조선의 무장들은 정찰과 경계라는 군사의 기초도 몰랐던 걸까.
이런 보고엔 억측과 소문, 지휘관에게 패전 책임을 전가하려는 마녀사냥식 보고가 섞여 있다. 감시원을 세웠다고 도난을 100% 방지하지는 못한다. 감시 시스템 실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란 때도 정찰대를 운영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정찰대를 파견해도 적을 탐지하지 못하거나 적에게 살해되고, 심한 경우 겁을 내서 제대로 임무수행을 하지 않은 거다. 경계 실패도 마찬가지다. 초병이 졸거나 사각지대가 넓었던 것이다. 즉, 상식이 아니라 능력의 실패였다. 정찰장교, 정찰병은 지휘관급 안목과 최고의 실력을 갖춘 전사여야 한다. 평소에 전문가 집단을 양성하지 않으면 전시에 활용할 수 없다.
군대가 관료화하고, 관료가 군대를 지배하게 되면 국방은 실패한다. 우리 군사력이 세계 6위라는 통계가 나왔다. 자랑스러운 결과지만 궁금하다. 군사력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수백 년을 괴롭혀온 관료주의는 과연 떨쳐냈을까.
임용한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