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쏠림현상이 전염병 대유행을 장기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WHO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56)은 18일(현지시간) 이사회에서 “세계는 파멸적인 도덕적 실패 직전”이라며 그 이유로 특정 국가에만 백신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꼽았다.
그는 “부유한 49개국이 약 3900만회 분 백신을 접종한 반면 빈곤국은 25회분 만 받고 있다”며 “각국 정부가 ‘자국 우선’를 내세우면서 사재기 경쟁은 물론 백신 가격이 오르고, 결과적으로 코로나19 고통이 연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운영하는 통계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18일까지 집계된 전 세계 백신 접종 수는 약 4040만 건 중 미국(1228만 건), 중국(1000만 건), 영국(451만 건), 이스라엘(255만 건), 아랍에미리트(197만 건) 이탈리아·독일(115만 건), 러시아(100만 건), 스페인(89만 건), 터키(83만 건) 등 상위 10개국이 89%(3633만 건)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전 세계 백신 접종의 10건 중 9건이 이들 10개국에서 이뤄진 셈이다. 선진국 위주로 백신을 맞고 방역을 잘해도, 기존 백신이 듣지 않는 변이 바이러스가 빈곤국에서 확산돼 언제든 다시 부유국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 WHO의 경고다.
독일에서 18일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19일 비상회의를 열었다. 전염력이 70% 더 강한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는 50개국 이상으로 확산된 가운데 남아공, 미국, 브라질 등 변이 바이러스 발견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WHO는 이날 “세계 보건의 날(4월 7일)까지 빈곤국 백신 공급을 확대하고, 부유국의 젊고 건강한 성인보다 빈곤국의 노인이나 보건 종사자를 먼저 접종시키자”고 제안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