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어제 한미동맹포럼 연설에서 “우리는 북한과의 외교가 성공하길 희망하지만 희망만이 우리의 행동 방침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한미동맹 활동과 훈련은 평화를 지원하기 위해 준비태세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그런 준비 없이 맞게 될 ‘운명적인 날’을 경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제 신년회견에서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데 대해 “필요하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
해리스 대사가 문 대통령 회견 내용을 염두에 둔 것은 전혀 아닐 것이다. 이임을 앞둔 대사로서 그간 느낀 소회와 한미동맹에 대한 일반론이다. 하지만 연합훈련 중단 여부도 북한과의 협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문 대통령 발언 직후 나온 것이어서 묘하게 대비될 수밖에 없다. 사실 영토방위를 위한 주권의 문제이자 한미 동맹 간에 결정할 연합훈련은 결코 제3자, 그것도 날로 적대감을 고취하는 북한과의 흥정거리가 될 수 없음은 굳이 미국대사의 입을 빌릴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 이런 당연한 상식마저 이 정부에선 흔들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안에 어떻게든 남북관계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조급증을 드러냈다. 스스로 집권 5년 차 대통령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제게 남은 마지막 시간이기 때문에…”라며 의욕을 감추지 않았다. 북한을 향해 ‘언제든, 어디서든, 비대면으로라도’ 대화하자고 거듭 제안했다. 훈련 협의 발언 역시 논란을 예상하고도 작심하고 내놓은 대북 메시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