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인 홍익표 의원이 어제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착한 임대인 운동이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은 임대인들 상당수가 은행 부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은행권도 이자를 낮추거나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착한 임대료’를 뒷받침하기 위한 ‘착한 이자’인 셈이다. 또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은 정부가 등록금을 인하하는 대학들에 지원하는 ‘착한 등록금’ 운동을 제안하고 나섰다. 여야 간 ‘착한’ 정책 경쟁이 불붙은 모양새다.
홍 의원의 이날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말한 이익공유제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문 대통령과 여당은 이익공유제에 대해 자발적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174석을 가진 여당이 밀어붙이는 정책을 어떤 수식어를 붙인다고 해도 자발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코로나로 인해 피해를 입은 업종을 지원하는 것은 정부의 할 일이고, 그런 데 쓰라고 세금이 있는 것이다.
이자를 멈추거나 제한하겠다는 것은 은행 주주들의 의사나 권익은 안중에 두지 않는 관치금융적 발상이다. 은행권에서 “금융과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반시장적 발상”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은행권 여신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만약 이런 일이 현실화하면 그때 가서 못 받은 이자를 돌려주기라도 할 것인가.
‘착한’이나 ‘공유’ 같은 프레임을 씌워 편을 가른 뒤 어느 한쪽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한 포퓰리즘으로 사회적 갈등만 조장할 뿐이다. 이를 견제해야 할 국민의힘, 그것도 초선의원들이 대학 경쟁력 저하는 외면한 채 등록금 인하에 반대하는 대학들에 ‘법개정, 감사 등 국회의 권한’ 운운하며 을러대는 것은 본분을 잊은 행동이다. 선의(善意)는 순수하게 자발적일 때만 의미를 갖는다. 부담은 민간에 시키고 생색은 정치권이 내는 구태정치는 여야 모두 그만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