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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마스크 쓴 성폭행범… 완전범죄 노렸지만 ‘흡연 습관’에 딱 걸렸네

입력 | 2021-01-20 03:00:00

20대男, ‘익명 채팅’ 여성 만나 범죄
마스크로 얼굴 감추고 계정도 삭제
경찰, 주변 CCTV 40개 분석
‘90도 숙인채 침뱉기’ 확인해 검거



© 뉴스1


“흡연하는 모양새가 폐쇄회로(CC)TV 영상과 똑같네.”

6일 밤 경기 안양에 있는 한 빌라 앞.

이틀 전 모바일 채팅으로 만난 여성을 성폭행하고 사라진 남성을 잡기 위해 잠복하고 있던 경찰의 눈에 한 남성이 들어왔다. 범행 현장 인근에서 확보한 CCTV 영상과 차림새도 비슷했지만 무엇보다 담배 피우는 습관이 닮아있었다.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는 “4일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강간)를 받고 있는 A 씨(23)가 10일 구속 수감됐다”고 18일 밝혔다. 이달 초 A 씨는 한 모바일 채팅 앱에서 알게 된 여성을 4일 안양에 있는 건물 계단에서 만나 폭행한 뒤 성폭행까지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현장에 출동했으나 단서가 많지 않았다. A 씨가 범행 내내 마스크를 착용해 얼굴 생김새를 구별하기 어려웠다. A 씨는 피해자와 익명 채팅으로 대화했는데, 범행 직후 이 채팅 계정을 탈퇴해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남은 대화 기록도 자동으로 지워졌다고 한다. 이 채팅 앱은 대화가 끝나면 대화 기록이 자동으로 삭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상에 담긴 A 씨의 독특한 흡연 습관이 덜미를 잡히는 단서가 됐다. 담배를 피울 때 꼭 90도 인사하듯 허리를 숙이고 침을 뱉었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은 A 씨의 범행 장소와 도주 경로 인근에 있는 CCTV 약 40개를 분석해 A 씨의 거주지를 추정했다. 이후 3일간 잠복한 끝에 A 씨를 붙잡았다.

당초 A 씨는 경찰에 “사건 당일 퇴근한 뒤 근처 편의점에 들른 것 외엔 집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거주지 CCTV에 출퇴근 장면이 잡히지 않은 데다, 편의점에 거래 기록도 없었다고 한다. 결국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와 만났던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합의하에 이뤄진 관계였다며 성폭행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10일 A 씨에 대해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요즘 마스크를 많이 쓰다 보니 얼굴 인식이 쉽지 않은데, A 씨는 특이한 흡연 습관으로 특정이 가능했다”며 “증거물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가 나오는 대로 검찰에 넘기겠다”고 전했다.

안양=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