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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만의 최악 고용한파에도… 기재부 “일자리 양호하게 유지”

입력 | 2021-01-20 03:00:00

대통령 업무보고서 ‘4년 성과 평가’
“예산 늘려 노인일자리 대폭 강화”
전문가 “일자리의 질 오히려 나빠져”




기획재정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자리 예산을 늘리고 취약계층의 사회 안전망을 강화한 덕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인한 고용 충격을 완화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일자리가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가장 많이 감소하며 최악의 고용 한파가 닥쳤는데도 정부가 지나치게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는 19일 ‘2021년 업무보고’에서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 “일자리 예산을 2017년 15조9000억 원에서 2021년 30조5000억 원으로 늘리고 노인 일자리를 대폭 강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효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주요국과 비교해 일자리를 양호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실상은 기재부의 평가와 온도차가 크다는 진단이 많다. 통계청의 ‘2020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는 2690만4000명으로 전년보다 21만8000명 줄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취업자가 127만6000명 줄어든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청년층(15∼29세)의 체감실업률도 역대 최고인 25%까지 치솟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자리 지표가 다른 나라보다 좋더라도 노인, 단기 일자리 등이 대부분이라 일자리의 질은 오히려 나빠졌다”며 “정부가 지나치게 장밋빛 성과를 내세운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또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정착’ 등을 현 정부 경제정책의 주요 성과로 꼽았다. 하지만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과 경직된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산업 현장은 물론이고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는 이 밖에 “소비, 투자, 수출 등에서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여 2020년 경제 규모 세계 10위권을 달성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2016년보다 6계단 상승해 2020년 23위를 달성했다”고도 했다.

한국 경제가 국가 간 비교에서 양호한 성적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의 코로나19 충격이 상대적으로 컸던 데다 일반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민생경제와 거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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