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 감수하며 좋은 직장 찾는 청년들 코로나로 대기업 선호 더 높아져 세금 투입한 선별처방 효과 의문 젊은 세대 눈높이 맞는 일자리 고민해야
이지홍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청년실업 문제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먼저 청년실업률이 왜 다른 연령층의 실업률보다 현격히 높은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높은 청년실업률의 여러 원인 중 하나를 구인-구직자 간 ‘미스매치(mismatch)’에서 찾을 수 있다. 모두 ‘좋은’ 일자리를 원하지만 그러한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이 때문에 구인난과 구직난이 동시에 발생한다. 특히 첫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 입장에서는 당분간 실업의 처지를 감수하고라도 원하는 직장을 찾을 때까지 구직활동을 계속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 실제 우리는 안정된 삶을 얻고자 공무원 임용시험에 몇 년씩 도전하는 젊은이를 종종 목격한다.
청년실업이 큰 사회적 비용을 가져오는 본질적인 이유는 구직 기간이 너무 길다는 데 있다. 실업률은 20∼24세에 가장 높고, 25∼29세에서 일부 감소하나 30∼34세 연령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전체 실업률로 수렴한다. 즉, 취업이 가능하지만 보다 나은 조건을 찾는 구직자들이 청년세대에 특히 많고, 이들이 더 빨리 더 좋은 직장과 매치된다면 그만큼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것이다.
구인-구직자 간 미스매치에는 여러 기제들이 작동한다. 한국 경제에서 특히 중요한 미스매치의 한 원인은 악화 일로를 걷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불균형 문제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임금 수준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데, 1998년 평균 66.6%였던 것이 2018년에는 53.1%까지 추락했다. 금번 코로나 사태로 격차는 더 벌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청년들의 대기업 선호도는 더 높아지고 인재들이 외면하는 중소기업의 성과는 더 나빠지는 악순환의 형국이다. 코로나 사태 와중에도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문제는 지역 간 불균형에 기인한 노동시장의 미스매치다. 한국 청년들의 높은 수도권 선호 현상은 지난해 의사 파업에서도 드러났다. 파업의 발단은 지역 의대생 정원을 늘리고 이들이 해당 지역에서 일정 기간 일하도록 강제하는 정부와 여당의 제안이었는데, 이 배경에 바로 비수도권 지역의 극심한 의료진 부족이 있었던 것이다. 수도권 취업을 원하는 건 의사뿐만이 아니다. 하지만 지역 청년에겐 구직도 수도권 진출도 매우 힘든 일이다. 지난해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의 청년실업률은 각각 10.6%, 11.6%, 10.1%까지 치솟아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대기업-중소기업, 그리고 수도권-비수도권 간 불균형 문제에 대한 균형 잡힌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실제 한국 정부는 규제, 세제 혜택, 정책금융, 공공기관 이전 등 대기업과 수도권에 집중된 경제력을 완화하기 위한 온갖 정책을 가동했고 엄청난 규모의 세금을 투입했다. 그 결과 단기적 측면에서 전혀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정작 장기적 측면에서 과연 어떤 유의미한 성과가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취지는 좋으나 잘못 설계된 정부 정책이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 청년실업 문제의 한 원인일지도 모른다. 실적이 부진한 기업과 지역을 직접 겨냥한 선별적 처방만으로는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청년이 원하는 장소에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수도권에도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야만 한다. 대기업에 차별적인 산업정책과 국민이 원하는 인력과 자본의 흐름을 막고 있는 국가균형발전 전략을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볼 때다.
이지홍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