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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대, 中의존도 낮출 기회[현장에서/주애진]

입력 | 2021-01-20 03:00:00


20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달라질 글로벌 통상 환경은 한국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DB

주애진 경제부 기자

조 바이든 미국 신임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취임식을 치르고 임기를 시작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로 타격을 받은 글로벌 통상환경은 ‘미국의 복귀’라는 전환점을 맞게 됐다. 세계 경제 대국인 미국이 트럼프식 일방주의에서 벗어나 국제통상 규범과 다자주의로 복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통상정책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지금까지 공개된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 방향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더 정교하고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통상 문제에 외교 이슈인 동맹 관계를 끌어들이고 다자주의 체제를 통해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은 미중 무역전쟁 시즌2를 예고한다. 여기에다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통상과 관련된 노동, 환경 기준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상 문제가 외교, 노동, 환경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고차 방정식으로 한층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은 한국 경제에 양날의 칼과 같다.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은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한다. 그중 70% 이상이 중간재 수출이다. 중국의 수출이 부진하면 그 충격이 고스란히 한국의 수출 타격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한편으로는 기회다.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대체하거나, 아세안 시장으로 수출을 다변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출에서 내수 중심 경제로 선회했기 때문에 한국의 수출 다변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이기도 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9일 ‘바이든 시대 국제통상환경과 한국의 대응전략’ 보고서를 통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국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아세안 시장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글로벌가치사슬(GVC)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CPTPP를 통해 한국의 참여 비중을 높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국에서 떠나는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한국으로 끌어오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봤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잘 활용하면 중국시장을 포기하기 힘든 다국적기업의 투자 수요를 끌어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불확실한 통상환경의 변화는 대처하기에 따라 위기가 될 수도,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바이든 시대가 가져올 변화를 잘 활용하면 그간 한국경제의 취약점으로 꼽혀온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정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경제와 수출의 새판을 짜야 한다.

주애진 경제부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