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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글로벌 현장 행보 ‘올스톱’… 삼성 5G 등 신사업 차질 불가피

입력 | 2021-01-20 03:00:00

[이재용 구속 후폭풍]이재용, 구치소 입소후 4주간 격리
코로나에 당장 면회도 어려워… 삼성 “대책회의조차 못할 상황”
암참 회장 “한국만의 독특한 사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이후 곧바로 해외 출장을 검토한 배경은 글로벌 신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한 측면도 강하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아랍에미리트(UAE) 출장에서 5세대(5G) 이동통신 협력을 논의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UAE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은 탈석유를 꿈꾸며 정보기술(IT) 인프라를 확대하려는 추세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5G 통신장비 수주를 포함해 광범위한 협력을 모색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사실상 모든 글로벌 현장 행보는 ‘올스톱’ 됐다.

삼성은 여전히 이 부회장 구속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고위 관계자는 “당장 사장단회의를 소집하거나 대책회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망연자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당장 이 부회장을 접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더욱 막막하다는 게 삼성의 분위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이 부회장은 구치소 입소 후 4주간 격리해야 하며 일반 면담이 제한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일상적 경영활동은 이어지겠지만 ‘총수 몫 경영활동’에는 대안을 찾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의 글로벌 현장 행보가 막힌 것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분위기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는 5G 이동통신, 바이오, 시스템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한 주력 사업의 세대교체 속도를 높이는 원동력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계 1위 통신사업자 미국 버라이즌과 5G 장비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이 대표적이다. 계약금액만 8조 원에 이르는 ‘빅딜’의 바탕에는 이 부회장과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의 인연이 영향을 미쳤다. 이 부회장은 계약 전 여러 차례 화상통화를 하며 적극적인 영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베스트베리 CEO가 스웨덴 장비업체 에릭슨에 CEO로 있을 때부터 자주 만나온 사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대체가 불가능하다. 전문경영인이 영향력 있는 왕족이나 글로벌 기업 수장, 각국 정부 고위급 인사를 쉽게 만날 수는 없다. 새로 출범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 인맥을 확보한다든지, 해외 석학을 영입한다든지 하는 활동에 제한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부회장 구속으로 총수의 글로벌 현장 행보가 스톱 된 것은 삼성 입장에서 귀한 경영자원을 잃은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회장은 온라인으로 진행된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해 “유감스럽고, 한국만의 독특한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CEO가 얼마나 큰 책임을 지고 있는지 보여준다”며 “해외 기업인들이 한국에서 경영하려면 한국의 규제를 얼마나 이해해야 하는지, 기업활동을 위해 직원들을 얼마나 이해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답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서동일·홍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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