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정도언 정신분석가·서울대 명예교수
시험에서는 면접관과 나 사이의 눈 맞춤을 관리해야 합니다. 눈을 마주칠 시점과 피할 시점을 예상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대답이 막힐 때는 잠시 눈길을 벗어나야 머리가 돌아갑니다. 시선을 의식하면 생각이 막힙니다.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 갔을 때 모나리자 감상을 포기했습니다. 수백 명이 몰려 있었습니다. ‘미소의 힘’일까요? ‘눈의 힘’이라 생각합니다. 모나리자가 주는 눈길이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눈길의 느낌은 마음에 파동을 일으킵니다. 그윽하게 바라보는 눈은 ‘지진’입니다.
매력의 관점에서 눈길을 아래로 돌리는 행동을 말하자면 여성들은 장점, 남성들은 단점으로 여긴다고 합니다. 논란의 여지는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남성과 여성의 만남에서 ‘눈길’이 지닌 의미의 차이가 남녀 간에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알고 있으면 일상에서 도움이 되고 오해를 줄일 것 같습니다.
세상의 눈이 무섭지만 지나치게 의식한다면 자신의 삶을 잃어버립니다. 마음을 읽는 눈이 밝아야 참된 자기를 지켜낼 수 있습니다. 눈을 뒤집고 돈과 힘을 얻으려는 세상에서, 눈에 어른대는 세속의 가치로부터 벗어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눈이 맑아야 합니다. 삶의 방향을 눈을 씻고 보아야 합니다.
눈빛은 마음이 쓴 편지입니다. 사람은 눈 맞춤의 여부, 정도에 따라 다른 사람을 평가합니다. 빤히 쳐다보는 사람에게는 혐오감을 느낍니다. 눈을 찡그립니다. 눈길을 피하는 사람은 의심합니다. 빤히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면 눈 마주침에서 관계의 가능성이 출발합니다. 눈을 맞추는 사람의 말은 믿으려 합니다. 사람이 솔직하고, 분명하고, 성실해 보입니다. 눈을 피하는 사람에게는 믿음이 덜 갑니다. 눈을 피하면 자신을 감출 수 있다는 어린 시절 환상을 아직도 가지고 있을까요? 눈과 눈의 연결이 끊어지면 관계가 끊어지는 겁니다. 눈을 피하는 사람을 진정성이 부족하고 정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눈 맞춤은 강렬한 경험입니다.
존경과 순종의 표시로 눈길을 피하기도 합니다. 상하관계에서 흔히 그렇습니다. 강자는 상대를 오래 쳐다볼 수 있으나 약자는 눈길을 피합니다. 빤히 쳐다볼 수 있으면 강자라는 착각 때문에 길거리에서 불필요한 싸움이 일어납니다. 눈을 피하면 수줍음, 순종, 무관심을 뜻합니다. 빤히 계속 보면 불손, 반항, 위협입니다. 두렵지 않다는,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표현입니다. 그러니 아무 뜻 없이 빤히 보다가는 오해를 삽니다. 빤히 쳐다보는 상대는 곁에 두기 위험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곳을 집요하게 쳐다보다가 다른 곳을 놓칩니다. 중요한 일이라면 마음이 아플 겁니다. ‘한눈팔다’라는 표현의 뜻은 ‘마땅히 볼 데를 보지 아니하고 딴 데를 보다’입니다. 창밖 나뭇가지에 앉아 나무를 흔드는 작은 새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배울 것이 있습니다. 노려보고 싶은 대상에게서 눈길을 돌릴 수 있다면 말입니다.
정도언 정신분석가·서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