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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삼성도 뛰고 있었다… 백신 조기도입 ‘화이자 프로젝트’

입력 | 2021-01-20 03:00:00

[이재용 구속 후폭풍]
주사기 확보 시급한 화이자 겨냥… 정부, 납품 조건으로 조기 도입 제안
삼성, 백신 주사기 제작 中企 찾아 전문인력 30명 투입 개발 도와
금형 제작부터 생산설비까지 지원
재계 “대기업들 작년 말부터 다국적 제약사 맡아 협상 전면지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조기 도입을 위해 전방위로 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정부의 ‘화이자 프로젝트’에서도 삼성이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생산 기술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정부와 함께 화이자 백신 조기 도입 협상에 나섰다는 것. 이 부회장이 애초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직후 아랍에미리트(UAE)를 찾으려 했던 것도 민간 차원에서 코로나19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1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24일 국내 중소 의료기기 업체인 풍림파마텍에 자사 설비 등 생산 전문가 30여 명을 긴급 투입했다. 최소주사잔량(LDS) 기술을 이용해 주사효율을 20% 높인 신형 백신 주사기를 개발한 풍림파마텍에 전면적인 지원을 하고 나선 것. 풍림파마텍의 신형 주사기는 백신 한 병당 5회분까지 주사할 수 있는 기존 주사기와 달리 한 병당 6회분 이상을 주사할 수 있다.

각국의 백신 접종량이 갑자기 늘면서 전 세계적인 주사기 품귀 현상이 이어지자 화이자는 신형 주사기 확보가 시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이 점에 착안해 화이자에 신형 주사기를 대량 납품하는 조건으로 백신 물량 일부를 다음 달 중 국내로 조기 도입해 줄 것을 제안했다.

업계 관계자는 “풍림파마텍이란 업체도 삼성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먼저 찾아냈다”며 “이어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을 통해 금형 제작부터 생산 설비 확보까지 한 달 만에 마쳤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소기업엔 금형 제작이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금형 제작에만 수개월씩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에 따라 구미와 광주 지역의 삼성전자 협력업체 공장이 총동원돼 지난해 말 연휴 기간 4일 동안 시제품 금형 제작과 시제품 생산까지 끝냈다. 한 중소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빠른 시일 안에 주사기 제조업체와 이를 대량 생산할 금형 제조업체를 찾아내자 놀랍다는 말이 돌았다”며 “최고경영진 차원에서 적극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풍림파마텍의 군산 공장에도 주사기 자동조립 설비 제작 등을 지원해 한 달 만에 기존 생산계획(월 400만 개)보다 2.5배 늘어난 월 1000만 개 이상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스마트공장으로 전환시켰다.

불과 한 달여 만에 시제품 생산부터 양산 설비 구축까지 스마트공장 생산라인을 완비한 풍림파마텍은 18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주사기 긴급사용승인요청서를 제출했다. 이달 안으로 FDA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도 화이자와 막판 협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선 “백신 조기 도입을 위한 국가적 총력전에 정부는 물론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민관 협력 형태로 손잡고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달 초 동아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중소기업과 대기업, 정부가 상생하는 방안으로 만든 화이자 프로젝트가 거의 지금 막바지 단계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백신 확보에 나서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바이오 업계에 영향력이 있는 중동 내 네트워크를 통해 백신 협력 방안을 찾으려 했다는 것. 그는 지난해 말 재판에서 “삼성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 국민 신뢰를 간과했다”며 사회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지현 jhk85@donga.com·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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