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에든버러로 날아왔어” “지금 파리에 왔는데”…엇갈려버린 커플

입력 | 2021-01-20 17:30:00


“당신을 빨리 보려고 에든버러로 날아왔어.”
“난 당신을 보기 위해 지금 파리에 왔는데.”

20일(현지 시간) 미국 CNN은 서로를 너무 그리워한 나머지 ‘깜짝 방문’을 하려다 5만 ㎞나 엇갈려버린 한 커플의 사연을 전했다.

CNN에 따르면 2017년 1월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 학생이었던 핀레이 맥아피(Finlay McAfee) 씨는 프랑스 파리행 비행기표를 알아봤다. 파리에 있을 여자친구 살마 사에드(Salma Saade) 씨를 만나러 가기 위한 ‘깜짝 방문’ 계획이었다. 그가 이 계획을 룸메이트 아담 젠킨스 씨에게 털어놨을 때 “바보 같지만 로맨틱하다”는 의견을 들었다. 자신의 아버지에게 말했을 땐 “정말 대단한 아이디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서 맥아피 씨는 항공권을 예약했다.

그런데 그 시간, 당시 21살이었던 사에드 씨는 레바논의 수도인 베이루트에서 에든버러로 날아오는 중이었다. 원래는 중간에 파리에 들러 하루 동안 혼자 여행을 다닐 참이었는데 일정을 바꾼 것. 이를 알지 못한 남자친구는 때를 맞춰 파리 드골 공항에 나타나 그녀를 놀라게 할 계획이었다. 남자는 베이루트-파리 구간의 비행편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여자가 어떤 비행기를 탔는지 정확히 파악했다고 스스로 확신했다.

하지만 맥아피 씨가 에든버러 공항에서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때 여자친구는 이미 에든버러 공항에 도착한 상태였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CNN은 “사실 여자도 그의 남자친구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에드 씨는 남자친구를 놀라게 해주려고 비행 일정을 바꿔 파리에 들르지 않고 곧장 에든버러로 왔다. 예정보다 하루 일찍 도착해서 남자친구의 아파트에 나타나 깜짝 놀라게 해주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둘은 서로의 계획을 모른 상태였기 때문에 엇갈렸다. 파리와 에든버러는 직선거리 약 5만 ㎞, 비행기로는 1시간 50분 걸린다.

CNN은 “당시 이 커플이 동시에 에든버러 공항에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고 전했다. 여자가 에든버러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남자는 출국 준비 중이었다. CNN은 “사실 공항이 너무 작아서 그들은 서로 마주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만약 여자가 착륙하자마자 바로 남자에게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냈다면 남자는 비행기를 타지 않았을 테고, 그 둘은 만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CNN에 따르면 에든버러에 내린 사에다 씨는 매우 피곤했던 탓에 집에 가서 우선 샤워를 마치고 남자친구의 아파트에 갔다. 하지만 남자친구가 아파트에 없는 것을 발견한 사에다 씨는 맥아피의 룸메이트 젠킨스에게 “이봐 젠킨스, 혹시 그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니?”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는 “그는 방금 파리로 날아갔는데”라는 답장을 받았다.

사에다 씨는 젠킨스 씨가 자신을 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곧바로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 그때야 그녀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닫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근 사에다 씨는 트위터에 당시 남자친구와 주고 받은 문자의 캡처 화면을 올렸다.

사에다 씨
-제발 파리가 아니라고 말해줘
-돌아와 난 여기 있어
-파리가 아니라 에든버러라구
-미안해, 난 그저 귀엽게 굴고 싶었을 뿐인데
-지금 바로 돌아와

맥아피 씨
=하하하하
=와!
=나는 지금 파리야

사에다 씨
-나도 알아
-돌아와

맥아피 씨
=나 방금 내렸는데

그날 맥아피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 상태를 업데이트 하면서 “파리에 누구 없어요? 나는 사에다를 놀라게 해주려고 비행기를 탔지만, 그녀는 나를 놀라게 해주려 다시 날아왔데요. 난 이제 파리에서 12시간이 남았어요”라고 썼다.

맥아피 씨의 이 글에는 “당신의 사랑이 이 행성을 사로잡았다”, “이 상황은 트로피를 받을 만 하다” 등 누리꾼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그의 글은 173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맥아피 씨는 파리에 친구도 없었기 때문에 결국 혼자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셀카를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CNN은 다음날 맥아피 씨가 에든버러로 돌아왔고, 사에다 씨가 공항에 마중 나갔다고 전했다. 또 “그녀는 그를 보고 정말 기뻐했으며, 모든 것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것을 기뻐했다”고 전했다.

맥아피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다시 생각해보면 미친 짓 이었다”고 CNN에 밝혔다.

CNN은 올 1월 현재 이들은 영국 런던에서 함께 살고 있다고 전했다. 맥아피 씨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사에다 씨는 정치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맥아피 씨는 “그때 우리는 정말 서로를 그리워했다”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