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모시기’ 경쟁 치열해질듯
20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64개 대기업집단 278개 상장사의 사외이사 898명의 재임 기간을 조사한 결과 올해 3월 임기 만료 대상 사외이사가 346명이고, 이 중 84명이 임기제한에 걸려 기업이 재선임할 수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재선임 제한 사외이사 84명 중 31명(36.9%)은 관료 출신, 30명(35.7%)이 학계, 21명(25.0%)이 재계, 2명(2.4%)이 공공기관 출신이다.
정부는 지난해 사외이사 임기를 6년(계열사 포함 9년)으로 제한하는 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같은 상장회사에서 6년을 초과해 사외이사로 근무했거나 해당 상장사를 포함한 같은 그룹 계열사에서 사외이사를 맡은 기간을 더해 9년을 초과하면 더 이상 사외이사를 맡을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는 사외이사 임기가 길어지면 오너나 기업과 유착해 제대로 된 조언을 하지 못하고 거수기 역할만 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 중 사외이사 임기를 법으로 정한 곳은 없다.
LG그룹도 임기 만료 사외이사 15명 중 절반이 넘는 8명을 새롭게 선임해야 한다. LG유플러스 사외이사 4명 중 2명이 임기를 채웠다. LG하우시스도 마찬가지로 4명 중 2명의 사외이사가 재선임 제한 대상이다. 삼성그룹은 상장사 16곳의 사외이사 60명 가운데 15명이 3월 임기가 끝나는데 이 중 4명이 임기를 채웠다. 효성 영풍그룹도 각 4명, SK GS CJ 두산 에쓰오일 HDC 한국앤컴퍼니 태광그룹이 각 3명의 사외이사를 교체해야 한다. 64개 그룹 가운데 25개 그룹은 교체 대상 사외이사가 없다.
재계에서는 올해도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모시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업계에서 사외이사를 맡을 수 있는 인재풀은 크지 않은데 동시에 여러 기업에서 사외이사를 찾아야 하니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며 “다른 기업에서 6년 임기를 채운 사외이사를 영입하기 위해 접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기업 간 사외이사 교환 사례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다양성을 갖춘 참신한 인재를 영입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도 크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젊은 인재나 여성 등 기존 이사진에 다양성을 불어넣을 수 있는 인물을 영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