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후 구금된 최대 정적 나발니 “극장-헬기장 갖춘 주택 소유” 폭로 푸틴, 위기때마다 강한 남성 과시… “또다시 이미지 정치” 비판 나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모스크바 외곽에서 상의를 탈의한 채 얼음물 안에 입수해 성호를 긋고 있다. 이날 현지 기온은 영하 20도까지 떨어졌지만 푸틴 대통령은 얼음물 입수 행사를 강행했다. 크렘린궁 동영상 캡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69)이 영하 20도의 얼음물에 입수하는 모습을 19일 공개했다. 독극물 테러를 겪은 푸틴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 전 러시아진보당 대표(45)가 푸틴의 부패재산 의혹을 꺼내든 시점과 맞물리면서 또다시 이미지 정치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모스크바주(州)에서 열린 주현절 입욕 행사에 참석해 십자가 형태로 얼음물에 몸을 담근 모습을 공개했다. 주현절은 예수가 요르단강에서 세례를 받고 하나님의 아들로 공증받았음을 기념하는 날이다. 러시아에서는 주현절 전야부터 강이나 저수지에서 얼음을 깬 차가운 물에 들어가 목욕하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푸틴의 입수 당시 기온은 영하 20도에 달했다. 그럼에도 푸틴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얼음물을 상체에 뿌리기도 했다. 올해 러시아 정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주현절 목욕을 하지 말도록 권고했지만 푸틴은 행사를 진행했다.
푸틴은 정치적 위기 때마다 강한 남성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행보를 보여 왔다. 2019년 8월 푸틴은 가죽 재킷을 입고 대형 오토바이를 타고 크림반도를 질주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당시 지방선거 비리로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면서 푸틴의 지지율이 70%에서 40%대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푸틴은 유도를 하거나, 상반신을 탈의한 채 사냥하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해 어떤 문제나 난관도 이겨낼 수 있다는 강한 이미지를 구축하려 했다. 2018년 9월에는 푸틴의 일상을 담은 TV 리얼리티 쇼까지 방영됐다. 연금개혁 등으로 지지율이 10%포인트가량 떨어진 시점이었다.
지난해 7월 개헌 국민투표를 통해 푸틴은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두 차례 더 지낼 수 있게 됐다. 사실상 종신집권이 가능해졌지만 현재 69세인 그가 계속 건강을 유지할지에 대한 의구심도 남아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푸틴은 근육 정치(Muscular Politics)로 자신의 이미지를 계속 강화시키려 할 것”이라고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