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 개막]한미 대북정책 조율 어떻게 블링컨 “대북 접근법부터 재검토”… 트럼프식 북핵 협상서 전환 예고 “트럼프 성과 계승” 靑구상과 거리… 재등장한 정의용 신뢰 안할수도 외신 “鄭, 실질적 진전 못보여줘”
블링컨 “대북정책 손볼 것”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가 1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상원 외교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블링컨 지명자는 이날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우리가 가장 먼저 하게 될 일은 대북정책 전반을 살펴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AP 뉴시스
2018년 판문점서 김정은 만난 정의용-서훈 20일 신임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이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열린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뒤에 당시 국가정보원장이던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모습이 보인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0일 외교부 장관에 내정된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018년부터 3년간 톱다운 방식의 북-미 정상회담 등 북핵 협상에 깊숙이 관여해온 인물이다.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2018년 싱가포르 공동선언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성과를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누구보다 이 과정을 잘 알고 있는 정 후보자를 낙점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중단된 북핵 협상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다시 살려보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 후보자의 카운터파트(대화 상대인)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는 정 후보자 내정 발표 6시간 전인 19일(현지 시간)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더 나빠졌다”며 ‘대북정책 전반 재검토’를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방식의 즉흥적 톱다운 방식을 접고 대북 제재 강화를 통해 북한을 협상으로 이끌어내겠다는 새로운 해법을 시사한 것.
특히 블링컨 지명자 등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이 실패했다고 비판해온 트럼프 시대의 북핵 협상에 깊이 개입해온 정 후보자를 회전문 인사로 다시 기용해 바이든 행정부와 신뢰 구축에 나설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블링컨 “대북 압박 높일 효과적 옵션 찾겠다”
정 후보자는 이날 내정 직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외교정책이 결실을 맺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75세인 정 후보자는 지난해 7월 국가안보실장 퇴임 뒤 6개월 만에 같은 장관급인 외교부 수장으로 복귀했다. 여권 관계자는 “정 후보자가 직급에 상관없이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어떻게든 남북미 관계를 복원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컸다”며 “문 대통령이 정 후보자에 대한 신뢰가 크다”고 했다. 하지만 블링컨 지명자는 19일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대북 접근법과 정책 전반을 들여다봐야 하고 그렇게 할 생각”이라며 “어떤 선택지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압박을 높이는 데 효과적인지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특히 그는 “이는 기존 행정부들을 괴롭혔던 어려운 문제이며 나아지지 않고 사실 더 악화됐다”고 강조했다. 북-미 정상 간 친분에 의존한 채 실질적 진전을 가져오지 못한 트럼프식 접근법이 북핵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됐다고 비판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선 정 후보자가 잘못된 북-미 협상을 주도해온 인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워싱턴 정가에서 당시 북-미 간 중개자를 자처했던 정 후보자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 외신 “정 후보자의 북-미 중재 실질 진전 없었다”
정 후보자가 블링컨 지명자와 특별한 인연이 없는 등 미국 민주당 측 외교안보 라인과 교류가 별로 없는 것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관련해서는 아직 바이든 대통령과 구체적인 협의를 하지는 못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정 후보자가 바이든 행정부가 비판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싱가포르 선언 계승’을 조급하게 설득하고 나설 경우 한미 간 파열음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너무 성급하게 (대북 정책 관련) 우리 생각대로 움직이길 요구하면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서울(75) △서울대 외교학과 △미국 하버드대 행정대학원 석사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 △주제네바국제연합사무처 특명전권대사 △17대 국회의원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대통령외교안보특별보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