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철수 가닥 매각설 이어지던 ‘아픈 손가락’… 혁신 시도 거듭했지만 성과부진 성장 이끄는 가전-TV 중심 재편… 투자늘린 車부품도 흑자전환 전망 5G 등 연구개발 역량 접목 가능
LG전자가 지난해 9월 선보인 전략 스마트폰 ‘LG윙‘의 모습. LG전자는 새로운 스마트폰을 선보일 때마다 하드웨어 중심의 혁신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뉴시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사업이 아니다. 반드시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것이다.”
LG전자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매각설’에 휩싸였다. 그때마다 LG전자 최고경영진은 이처럼 답했다. ‘아픈 손가락’은 맞지만 로봇, 스마트카, 스마트홈 등 미래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허브가 될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20일 LG전자는 지금까지와 달리 ‘모바일 사업 철수설’에 대해 공개적으로 부인하지 않았다. 권봉석 LG전자 최고경영자(CEO·사장)는 이날 e메일에서 “(모바일 사업의) 현재와 미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본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권 사장은 이어 “MC사업본부의 사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몇 년 동안 각고의 노력들을 해 왔지만 지난해 말까지 누적 영업적자는 5조 원 규모”라며 사업 재편 검토의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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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중저가 스마트폰 사업은 정리하더라도 롤러블을 포함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일부는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제조업자개발생산(ODM)으로 물량을 돌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LG그룹 고위 관계자는 “권 사장의 메시지는 고용 유지, 내부 동요 최소화를 위해 보낸 것”이라며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시장이 정체기에 있고, 프리미엄 시장은 애플과 삼성, 중저가는 중국 브랜드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 탓에 2010년대 초반 노키아, 모토로라처럼 사업을 통째로 매각하는 일이 여의치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매각 검토의 가장 큰 이유는 적자 누적이다. LG전자는 2010년 ‘옵티머스’ 시리즈를 시작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시작했지만 영업이익을 낸 것은 2년뿐이었다.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 이후 23분기 연속으로 영업적자를 냈다.
여러 혁신 시도가 먹히지 않은 탓도 있다. 보통 플라스틱이나 메탈 소재를 사용하는 스마트폰 뒷면에 가죽을 입히고(G4), 사용 환경에 따라 분리·조립이 가능한 스마트폰(G5), 디스플레이를 가로로 펼 수 있는 스마트폰(윙) 등 다양한 혁신을 거듭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LG전자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핵심 사업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LG는 그룹 전반에 걸쳐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생활가전-TV-모바일기기’였던 LG전자의 주력 사업은 ‘생활가전-TV-자동차부품’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7∼9월) 기준 LG전자의 영업이익 중 80.7%는 생활가전(H&A)사업본부가, 30.1%는 TV(HE) 사업본부가 냈고 MC사업본부와 자동차부품(VS) 사업본부는 적자를 냈다. 하지만 VS사업본부가 적자 폭을 줄이며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전기차 부품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LG전자는 2013년 신설된 VS사업본부에 과감한 투자를 지속해 왔다.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인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JV)을 세우며 성장을 가속화한 VS사업본부는 올해 흑자 전환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을 접기로 하더라도 모바일 기술 관련 역량까지 잃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MC사업본부 인력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에 클라우드나 5세대(5G) 통신,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의 연구개발(R&D) 인력이 생활가전 사업본부나 자동차부품(전장) 사업본부 등에 배치돼 활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서동일 dong@donga.com·홍석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