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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 시간) 정오 국회의사당에 마련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 무대. 취임선서를 마치고 연단에 선 바이든 대통령은 1863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노예해방선언 당시 “나의 모든 영혼을 여기 담는다”고 했던 연설 일부를 인용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취임 연설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통합(unity)’과 ‘민주주의(democracy)’였다. 불과 2주 전 의회 난입사태와 폭력으로 얼룩졌던 바로 그 곳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 두 단어를 각각 9번, 11번씩 반복하며 그 의미를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를 폐기하고 대외적으로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뜻도 재차 천명했다. 그는 “국경 밖에 있는 이들에게 내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미국은 시험대에 올랐으나 더 강해졌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동맹을 복원하고 전 세계에 다시 관여할 것”이라고 했다. “단순히 힘으로 리드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모범이 갖는 힘으로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취임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36년 간의 상원의원 및 8년 간의 부통령을 하며 해왔던 수많은 연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사적 연설이다. 그는 오랜 측근인 마이크 도닐런과 수석연설가 비네이 레디 등 참모들의 도움을 받아 연설문을 마지막까지 다듬으며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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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 행사로는 팝스타 레이디가가의 국가 열창에 이어 제니퍼 로페즈의 ’이 땅은 여러분의 땅‘, 컨트리가수 브룩스의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가 이어졌다. 흑인 여성 시인인 어맨다 고먼의 자작시 ’우리가 오르는 언덕(The Hill We climb)‘을 낭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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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대 사열을 마친 바이든 대통령은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헌화식을 한 뒤 백악관 앞에서 간소한 차량 퍼레이드를 했다. 백악관 인근에서 퍼레이드가 멈추자 그는 차에서 내려 부인 질 바이든 여사의 손을 잡고 가족들과 함께 백악관 입구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의회 난입 사건 이후 강화된 통제로 거리에 인파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걸어가던 바이든 대통령은 길거리에 나온 시민을 발견하자 가까이 다가가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