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답답한 흐름을 보이던 프로배구 여자부 한국도로공사가 새해 들어 5할 승률을 회복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1라운드를 최하위로 마친 도로공사는 2021년에 치른 4경기에서 2승 2패를 기록하며 19일 현재 7승 12패, 승점 24로 4위에 올랐다. 3위 IBK기업은행(승점 26)과는 불과 2점 차다.
중위권에 진입한 도로공사의 중심에는 미국 출신 외국인 선수 켈시(26·라이트)가 있다. 올 시즌 새로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은 켈시는 1라운드 36.43%였던 공격성공률을 4라운드 기준 45.12%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후위공격(44.44%)에서 강점을 보이며 이 부문 2위에 올라 있다. 득점(486점)은 4위다. 세터 이효희가 은퇴하면서 올 시즌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고은을 주전 세터로 내세운 도로공사는 기술보다는 높이에서 강점이 있는 켈시를 택했다. 키 191㎝에 서전트 점프 높이가 63㎝인 켈시는 브라질, 스위스 리그 등에서 센터와 라이트를 오갔다.
시작은 좋지 않았다. 내성적인 성격에 국내 코트에 적응하지 못하며 팀도 부진에 빠졌다. 지난해 12월 6연패에서 탈출할 때는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드러내는 듯 눈물을 쏟기도 했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생각보다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 힘들었다. 공을 때릴수록 자신감이 붙고 있다. 켈시 안의 ‘승부사 기질’을 깨우려 선수단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격 시 공을 때리기보다는 누르는 습관도 교정했다고 한다.
도로공사는 최근 몇 시즌 외국인 선수 때문에 웃고 울었다. 2017~2018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이바나의 활약에 힘입어 통합우승을 일궜지만 2019~2020시즌 테일러가 태업 논란 끝에 팀을 떠나며 최하위로 추락했다. 켈시는 과연 도로공사에 어떤 엔딩을 선물할까.
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