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 대통령의 ‘비밀궁전’ 폭로 푸틴은 영하 20도 얼음물 풍덩 ‘여유만만’ 러시아 정치,별장 문화의 실체는
나발니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한 비밀궁전, 드론촬영으로 보인다. Navalny Life youtube channel via AP
푸틴 러시아 대통령(69)과 최대 라이벌이자 야당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45)의 격돌이 점입가경이다.독극물 테러를 당한 뒤 간신히 살아 돌아 온 전 러시아 진보당 대표 나발니는 17일 입국 즉시 연행 돼 재판을 받고 있다.
나발니(오른쪽)와 그의 아내 율리야가 1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공항에서 러시아 모스크바 행 항공기에서 찍은 셀카 2021.01.18. AP 뉴시스
알렉세이 나발니(오른쪽)가 18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공판을 마친 후 수갑을 찬 채 호송되는 모습. 2021.01.19. 모스크바=AP/뉴시스
이틀 뒤인 19일(현지시간) 나발니의 지지자들은 대반격을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희대의 트러블 메이커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하고,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Navalny Life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한 이 영상에는 러시아 남쪽 흑해 연안 휴양도시인 겔렌쥑에 있는 궁전 모습과 설계도까지 담겨있다.
Navalny Life youtube channel via AP
1층에는 스파와 영화관, 와인 저장고, 분수대가 있는 야외 정원이 있으며 2층에는 영화관과 카지노, 무대가 있다고 한다. 지하에는 하키 링크와 교회, 해변에 있는 비상 대피소로 가는 통로도 있다고 폭로했다. 총 13억달러(약 1조5천원) 이상 값어치라고 밝혔다
소유주는 푸틴 대통령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재 기업 ‘비놈’으로 돼 있지만, 사실상 푸틴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발니는 영상에서 “(푸틴은) 국가 전체를 파산시킬 때까지 점점 더 많은 절도 행각을 벌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밀궁전 화면 속의 한 방으로 보인다. Navalny Life youtube channel
이미 세간에 알려진 대통령의 여름별장 콘스탄틴궁전,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다.2013년 G20 정상회의장으로 유명세를 탔다. 출처 mlbpark
푸틴은 현대판 '짜르(옛 러시아 황제)'로 불린다. 푸틴은 공식적으로 크렘린궁에 살지만,실제 그가 사용할 수 있는 궁전과 별장의 수는 20여개가 넘는다. 지금 러시아 문화와 정치현실이 당연히 그렇다고 해서, 그의 부도덕함이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크렘린궁이 공개한 비디오의 화면 캡처. 70 노인 푸틴이 성호를 긋고있다. 2021.1.19 Kremlin TV Pool via AP
Kremlin Pool Photo via AP
한편 공교롭게도 비밀궁전을 폭로한 당일 푸틴의 대응도 만만치 않았다.
70세 가까이 된 노장은 영하 20도의 얼음물에 들어가는 사진을 공개해 여유를 과시했다. 타스통신은 모스크바주에서 열린 주현절(예수가 요르단강에서 세례받은 기념일)행사에 참여해 웃옷을 벗고 찬물 속에서 성호긋는 모습을 공개했다.
러시아 정교회가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입수행사 자제를 권고했지만 푸틴이 이 말을 따를리는 없다.정치적 위기 때마다 강한 남성이미지를 보여주는 건 그의 상투적 선전수법이다.
그동안 푸틴은 코로나 정국에서 좀처럼 움직임을 노출하지 않았다. 러시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그가 소치같은 쾌적한 지역에 상당기간 몰래 칩거했다고 한다. 그는 모스크바 크렘린궁과 똑같은 세트장을 지은 곳에서 행사하는 사진을 찍어 언론에 공개했다는 소설같은 말을 전한다.
오토바이 질주하는 푸틴, 강제로 합병한 크림반도에서 친푸틴 성향의 오토바이 단체 ‘밤의 늑대들’ 회원들과 라이딩하고 있다. 2019.08.12 세바스토폴=AP 뉴시스
탐사용 잠수정도 타보고……… 상트페테르부르크 서쪽 180km 떨어진 고글란트섬 해상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침몰한 소련 잠수함을 찾기 위해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모습도 연출했다. 2019.07.19 고글란트섬=AP 뉴시스
휴가 떠나도 상의 탈의! 남시베리아 투바공화국에서 보낸 여름휴가때 공개한 낚시이미지. 남성성의 과시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투바=AP 뉴시스
장기집권 푸틴대통령과 야당 지도자와의 격돌이 다른 나라의 정치행태와는 사뭇 달라 흥미롭다. 백전노장 푸틴대통령의 다음 이미지 정치와 이를 이기려는 만만챦은 야권과 진보세력의 전략이 벌써 궁금해진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