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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공수처, 與도 野도 아닌 국민 편”… 후속 인선부터 입증하라

입력 | 2021-01-22 00:00:00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어제 출범했다. 공수처법 제정 및 개정,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놓고 여야가 극단적인 갈등을 벌인 끝에 가까스로 김진욱 공수처장 임명이 이뤄졌다. 논란의 핵심은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을지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처장을 임명하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중립성과 독립성”이라고 주문했다. 김 처장도 취임사에서 “여당 편도 아니고 야당 편도 아닌 오로지 국민 편만 드는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과 판검사 등에 대한 기소권까지 가진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입증돼야 한다. 공수처 차장과 검사 인선은 정치적 중립 실현 의지를 보여줄 시금석이다. 차장은 처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검사는 처장과 차장, 처장이 위촉한 1명, 여야가 추천한 각각 2명 등 7명으로 구성된 인사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특히 차장은 수사실무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김 처장을 보좌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된다. 야권에서는 여권이 차장을 통해 공수처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김 처장은 다음 주 복수의 차장 후보를 제청하겠다고 밝혔다. 중립성과 전문성이 검증된 인사에 대해 실질적인 제청권을 행사하고 문 대통령이 수용해야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23명의 검사 선발도 중립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지난해 법 개정을 통해 수사나 조사 실무 경험이 없어도 변호사 경력 7년만 있으면 검사로 임명할 수 있도록 자격 요건이 대폭 완화됐다. 전문성이 부족한 친정부 성향 변호사들이 대거 검사로 임명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 처장은 적합한 인물을 위원으로 위촉하는 등 인사위부터 중립적으로 구성할 의무가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야당이 인사위원 추천을 거부하면서 지난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에서 벌어졌던 혼란이 재연될 수 있다.

인선 이후에는 공수처 본연의 역할에 맞는 사건을 수사하는 것이 관건이다. 공수처의 규모로 볼 때 법에 정해진 대상을 모두 수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검경과의 역할 분담이 필수다. 공수처는 어떻게 운영되느냐에 따라 공직사회의 비리를 척결하고 기강을 바로 세우는 순기능을 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선 “중립성 공정성 독립성은 공수처의 생명줄”이라는 김 처장의 인사청문회 발언이 지켜져야 한다. 중립성이 훼손된다면 공수처는 자리를 잡기도 전에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