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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5cm이상 눈” 기상청 통보에도… 서울시는 “1~4cm” 전파

입력 | 2021-01-22 03:00:00

6일 퇴근길 대란 뒤엔 市 안이한 대응




서울에 최대 13.7cm의 눈이 쏟아져 ‘퇴근길 대란’이 벌어졌던 6일에 기상청은 오전 2시 20분부터 10여 차례나 5cm가 넘는 눈이 내릴 수 있다고 통보했는데도 서울시는 적설량이 5cm 미만일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오전 11시부터는 기상청이 서울의 예상적설량을 최대 8cm로 예보했으나 시는 4시간 반 뒤인 오후 3시 반경에도 “기상청이 1∼4cm가 온다고 예보했다”며 대비를 서두르지 않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영 의원이 기상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기상청은 6일 하루 총 18차례 대설(폭설) 관련 정보를 서울시에 통보했다. 기상청이 발표한 예보 등은 서울시 재난·재해 관련 부서에 이메일과 팩스로 즉시 전달된다.

기상청이 이날 처음으로 시에 예보 내용을 전달한 건 오전 2시 20분이다. 이때 “오후 3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수도권에 1∼5cm의 눈이 내릴 것”이라고 전달했다. 이는 5cm가량의 눈이 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오전 4시 20분과 5시에도 같은 내용을 시에 전달한 기상청은 오전 11시엔 서울과 인천, 경기 남서부로 지역을 특정해 “예상적설량이 3∼8cm”라며 더 많은 눈이 내릴 것이란 단기예보를 보냈다. 10분 뒤엔 대설예비특보를 발표했으며, 오후 1시 20분에는 기동지상지원팀이 서울시 도로관리과에 이 내용을 전화로 전달하기도 했다.

기상청이 기상정보를 계속 전달했지만 시에선 폭설에 대비한 별다른 조치가 나오지 않았다. 시 도로관리과장이 주재한 ‘폭설 관련 상황판단회의’가 열린 것은 오후 3시 20분이었다. 회의 뒤인 오후 3시 반경 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오후 3시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 이날 1∼4cm의 눈이 올 것으로 예보했다”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기상청 발표와 전혀 다른 내용을 내부에 전파한 것이다. 결국 시는 5cm 미만의 눈이 오는 경우에 해당하는 1단계 제설대책 근무에 들어갔다.

시 도로관리과 관계자는 “제설 대책은 기상청 예보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 날씨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대응 수위를 정한다. 6일 오후에는 눈이 짧은 시간에 한꺼번에 내려 빠른 조치가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다만 시 재난대책본부에서 기상청 눈 예보를 1∼4cm로 판단해 공지한 것에 대해선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서울시의 대응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지난해 11월 공개한 ‘겨울철 제설대책 추진계획’에 따르면 적설량 5cm 이상 예보가 내려질 땐 인력 3495명을 투입할 수 있는 2단계 근무 조치를 발령해야 한다. 시는 오후 4시 2230명을 동원할 수 있는 1단계 근무를 시작했고 제설차량은 오후 5시부터 준비했다.

제설대책 1단계 근무 조치 후에도 시는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기상청이 오후 4시 반에 재차 서울의 예상적설량이 8cm가 넘을 수 있다고 발표했고 오후 5시엔 대설주의보까지 예고했다. 시가 2단계 근무 조치로 상향한 것은 오후 7시 20분이었다. 이때는 이미 서울 시내 곳곳에서 눈에 갇힌 차량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아비규환이 벌어진 뒤였다.

이영 의원은 “6일 폭설로 발생한 교통대란은 시의 안일한 대처가 초래한 명명백백한 인재(人災)”라며 “재난·재해 비상시스템을 기본부터 다시 점검해 이런 후진적인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민구 warum@donga.com·강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