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바이든, 첫날부터 국정운영 속도
속전속결 ‘트럼프 유산 지우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20일(현지 시간)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첫 번째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이 행정명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예방하기 위해 연방 시설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행정명령은 의회 승인이나 법안 통과를 기다리지 않고도 바로 효력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주로 긴급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쓰는 통치 수단이다. 팬데믹과 사회 분열로 위기에 빠져 있는 미국을 정상화하는 일이 그만큼 급하다고 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오후 5시경(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 기자들을 불러놓고 각종 행정명령 서류에 서명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 상황을 봤을 때 허비할 시간이 없다. 즉시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며 “오늘이 시작하기 가장 좋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캐딜락 원 ‘명의 이전’ 20일(현지 시간) 미국 비밀경호국 요원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전용 리무진 ‘캐딜락 원’의 번호판을 바꿔 달고 있다. 제46대 대통령을 뜻하는 숫자 46이 적혀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트럼프 행정부의 역점사업이었던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중단시켰고, 이슬람 일부 국가를 상대로 내려진 입국금지 조치도 해제했다. 이민자를 포용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경제 분야에선 세입자 강제 퇴거와 학자금 대출 이자를 유예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은 취임사에서 단합을 강조했지만, 정작 집무실에서의 첫 행보는 적과의 타협이나 협조가 아닌 트럼프의 의제를 빨리 지우는 일이었다”고 분석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22일에는 경제 지원, 다음 주에는 미국산 제품 우선 구매와 이민자 이슈에 관한 내용 등 이달 말까지 긴급조치를 쏟아낼 계획이다. 백악관은 20일 홈페이지에 △코로나19 △기후변화 △인종 평등 △경제 △보건 △이민자 △글로벌 지위 회복 등 7개 항목을 우선순위로 제시하면서 국정과제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장관 지명자들에 대한 상원 인준이 늦어지고 있는 데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들의 역할을 한시적으로 대신할 20여 명의 기관장도 20일 임명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