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사람들에게 LG폰은 아픈 손가락이다. 아파도 손가락이 내 몸의 일부인 것처럼 미래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허브가 될 스마트폰 사업은 적자가 나더라도 떼어낼 수 없었다. 최고경영자가 새로 올 때마다 “반드시 반등에 성공하겠다”고 했지만 누적 영업적자가 5조 원에 이르자 더는 버티기 어려워졌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모바일 사업에서 철수할 뜻을 내비쳤다.
▷지금도 LG 초콜릿폰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막대 초콜릿 느낌의 검정 케이스에 붉은색 터치패드 빛은 고급스러운 느낌을 풍겼다. 초콜릿보다는 양갱 같다는 사람도 많았는데 피처폰 시절인 2005년 당시로는 획기적이었다. 2007년 명품 브랜드 프라다와 함께 개발한 프라다폰은 센스 있는 부유층의 상징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지금도 10여 년 전에 쓰던 LG 피처폰을 차마 버리지 못하고 서랍 속에 간직하는 사람들이 많다. 적어도 외모 면에서는 당시 LG폰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보여주는 현상이다.
▷한번 때를 놓치면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을 놓고 벌이는 게임이라면 더욱 그렇다. LG폰의 위기는 스마트폰 시장 진출이 늦어지면서 시작됐다는 평가가 많다. 다행히 스마트폰 사업을 접더라도 연구개발 인력은 그대로 남는다. LG전자는 세계 1위 수준의 생활가전을 갖고 있고, 자동차 부품 및 전장 사업에도 진출했다. 한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오르기도 힘들고 지키는 건 더 어렵다. 경쟁을 이겨내고 스마트폰을 뛰어넘는 새로운 한국의 효자 산업이 계속 등장하길 기대한다.
이은우 논설위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