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완준 정치부 차장
그는 그때까지만 해도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국제 범죄와 인권 침해 사건을 연구하고 이를 바로잡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북한 인권 문제는 알지 못했다. CICC에서 만난 재미교포 앨리스는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공개처형 같은 심각한 인권 침해 사례들을 들려줬다.
“너무 놀랐어요. 북한에서 일어난 일들이야말로 ICC에서 다뤄야 하는 사건들인데….”
앨리스와의 만남 이후 그는 “북한 인권 문제를 어떻게 국제인권법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미국으로 다시 건너가 하버드대 로스쿨 석사과정에서 국제법을 공부한 것도 “국제인권법을 ‘도구’로 북한 인권 문제를 개선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한국에 돌아와 박사학위를 딴 그는 지금 북한 인권 NGO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에서 법률분석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 북한 인권 운동이 인류 보편적 권리인 인권 문제를 다루면서도 국제법을 통한 체계적 접근이 없어 진영 논리에 휘둘렸다는 점에서 신 분석관의 존재는 특별하다.
그를 지금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워싱턴 조야가 대북전단금지법에 크게 분노하고 있는데도 이를 모르는 건지, 모른 척하는 건지 모를 문재인 정부의 태도다. 특히 그는 최근 미국 등 국제사회 여론에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고 했다.
“과거에는 북한을 비판했지 우리 정부를 비판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 침해에 가담하는 것 아니냐’고까지 비판합니다.”
신 분석관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도 지난해 12월 한국을 방문해 우리 정부 당국자들에게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며 “인권 문제에 더욱 엄격한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은 어떻겠느냐”고 했다. “대북전단금지법이 시행되는 3월 이 문제가 한미관계 이슈로 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 분석관의 아버지는 현역 시절부터 북한 인권 문제에 큰 관심을 보여온 신각수 전 주일대사다.
윤완준 정치부 차장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