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새 대통령과 스포츠 고교때 우승 이끌어 별명 ‘대시’… 진학해선 성적 때문에 선수 포기 여자축구대표팀 차별금지 소송땐 공개 지지하고 축구협회 질책도 골프밖에 모르던 트럼프와 대조
아치미어 재학 시절 미식축구 선수로 활약하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사진). 바이든 대통령은 2013년 부통령 시절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토너먼트 2회전에서 모교 델라웨어대 여자 농구부가 승리하자 경기 후 라커룸을 찾아 선수들과 손을 맞잡으며 기쁨을 나눴다. 사진 출처 델라웨어대 홈페이지
대시(dash). 한국 고교 과정에 해당하는 ‘아치미어 아카데미’ 재학 시절 친구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이렇게 불렀다. 이 별명에는 두 가지 뜻이 있었다. 첫 번째는 모스 부호에서 쓰는 선(─) 기호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2017년 펴낸 자서전 ‘아빠, 약속해줘요(Promise Me, Dad)’에서 “당시 나는 말을 너무 심하게 더듬어서 꼭 ‘··· ─ ─ ─’이라고 모스 부호로 말하는 것 같았다”고 썼다.
두 번째는 ‘질주한다’는 뜻이었다. 미식축구부에서 러닝백(직접 공을 들고 뛰는 포지션)으로 활약한 바이든 대통령은 3학년 때 터치다운 10개를 기록하면서 모교에 8전 전승 기록을 선물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책에 “스포츠는 내게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말하기가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일이었다”면서 “내가 아무리 말을 심하게 더듬어도 ‘지금 나한테 패스해’라는 말을 못 알아듣는 동료는 아무도 없었다”고 썼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같은 활약을 바탕으로 미식축구 명문 델라웨어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하게 됐다. 그러나 전체 688명 중 506등에 그친 학업 성적 때문에 결국 선수 생활을 포기하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델라웨어대에 진학한 뒤 첫 번째 연습에서 팀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건 그저 운동 능력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팀은 모든 선수들이 경기장 안팎에서 신사로 행동하기를 바라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스포츠는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선거운동 시절 바이든 대통령에게 진보의 상징이기도 했다. 미국 여자 축구 대표팀이 ‘남자 팀과 차별 대우를 받았다’고 미국축구협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자 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고, 법원에서 이 소송을 기각한 뒤에도 축구협회에 ‘당장 똑같은 임금을 줘라. 아니면 내가 대통령이 됐을 때 정부에서 지원금을 주지 않겠다’고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팀 워싱턴은 전통에 따라 올해 개막전 시구를 바이든 대통령에게 부탁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OK 사인을 보낸 상태. 반면 스포츠 팬이라기보다 골프광에 가까웠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임기 중에 한 번도 시구를 하지 않았으며, 인종차별 논란으로 스포츠 스타들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대통령이 바뀌면서 미국 스포츠계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